(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동남아시아 최강자로 키운 박항서 감독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짤막한 영상이 현지에서 화제다.
화제가 된 것은 지난 15일 밤 베트남 대표팀의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 우승 후 베트남 국영 TV인 VTV가 박 감독의 공식 기자회견 장면을 찍은 영상 가운데 1분 2초 분량이다.
16일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가 올린 이 영상에 따르면 박 감독이 한국어 통역에게서 취재진의 질문 내용을 전해듣고 있는 듯한 상황이었다.
갑자기 회견장 문이 벌컥 열려 박 감독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베트남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뛰어 들어왔다.
득 찐, 반 럼, 꾸에 응옥 하이, 반 허우 등이다.
이들은 박 감독에게 물을 마구 뿌리며 깡충깡충 뛰더니 박 감독을 잡아 흔들고 탁자를 마구 내려치는 등 난동을 부렸다.
이 때문에 기자회견이 잠시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박 감독의 얼굴과 안경에는 물이 잔뜩 묻었다.
그러나 박 감독은 싫은 내색 없이 선수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뒤 가까이 온 한 선수의 볼을 쓰다듬고 어깨를 토닥여줬다.
스즈키컵 우승으로 한껏 들뜬 선수들이 자신에게 각별한 애정을 표현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나간 뒤에는 입가에 어쩔 수 없는 아빠 미소가 번졌다.
역경과 부담을 떨치고 동남아 최강자가 된 어린 선수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자신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듯한 선수들의 행동에 흐뭇함을 느끼는 표정이었다.
박 감독은 평소에도 선수들의 볼을 쓰다듬으며 격려하는 등 스킨십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 현지에서 박 감독은 감독과 선수의 관계를 넘어 친밀한 아빠와 아들처럼 지내면서 소통하는 이른바 '파파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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