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 '서기호 재임용 탈락' 정해놓고 후속대응 구상(종합2보)

입력 2018-12-16 23:32   수정 2018-12-17 08:36

양승태 사법부, '서기호 재임용 탈락' 정해놓고 후속대응 구상(종합2보)
서 전 의원 검찰 참고인 조사…탈락 후 소송내자 대응팀 만들어 재판개입 기획
徐 "윗선지시로 수차례 재판개입 실행 정황 확인…물증 확인하니 참담"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양승태 사법부 법원행정처가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을 판사 재임 시절 '물의 야기 판사'로 낙인찍고 인사상 불이익을 준 정황을 검찰이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서 전 의원이 법관 연임에 탈락한 데 대해 불복하며 낸 소송에 당시 법원 수뇌부가 여러 차례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검사)은 16일 오후 서 전 의원을 참고인으로 불러 그의 2012년 2월 그의 재임용 탈락과정에서 발생한 부당한 인사 조치 의혹과 관련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조사했다.
서 전 의원은 판사로 재직하던 2012년 1월 페이스북에 '가카 빅엿' 등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을 써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한 달 후 불량한 근무 평가 등을 이유로 재임용이 거부됐다. 10년마다 하는 법관 재임용 심사에 탈락하는 일은 흔치 않다.
검찰은 최근 법원행정처 압수수색에서 서 전 의원이 2012년 2월 판사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때를 전후해 작성된 법원행정처의 대응문건 등을 확보했다.
2012년 2월 1일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이 작성한 '연임적격심사 관련 대응방안' 문건은 당시 서울북부지법 판사였던 서 전 의원의 재임용 탈락을 기정사실로 한 채 여론 파장을 최소화하는 시나리오별 후속 대응방안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그의 재임용 탈락이 실제로 결정된 것은 대법관회의가 열린 그해 2월 9일로, 문건 작성보다 일 주일여 뒤였다.
대법원장의 재임용 탈락 통지 이후에는 "일부 법관 및 법원 직원의 동조가 예상된다.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서 전 의원은 이 문건과 관련해 "소명 절차가 남은 시점에서 이미 재임용 탈락을 기정사실로 했고, 행정처는 파장을 예상하면서 이를 최소화하는 대응책 마련에만 골몰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2012년 재임용 탈락 당시 법관인사위나 대법관회의가 형식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심증으로만 느꼈는데, 이번에 물증으로 확인하고 나니 참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서 전 의원의 판사 재임용 탈락 확정 후인 2012년 2월 13일 작성된 사법정책실의 '연임심사 이후 대응방안' 문건도 검찰이 확보했다. 이 문건은 재임용 탈락 결정 후 악화한 법원 안팎의 여론을 의식한 듯 "판사들에 대한 선동과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수준의 글이 올라올 경우 코트넷(법원 내부게시판) 게시글 삭제까지 검토해야 한다. 실시간 모니터링 필요하다"고 주문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어 서 전 의원이 시민단체 또는 정치권과 연대하는 등의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 경우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해 달라고 당부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법관 근무평정제도 개선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제도의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는 논의 일정을 미리 짜놓기도 했다. 사법부 스스로 법관 재임용 심사 제도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기획조정실장으로 임명돼 양승태 사법부 행정처에 합류한 직후인 2012년 9월에도 서 전 의원 관련 문건이 생산됐다.
2012년 9월 기획조정실이 생산한 '서기호 소송 관련 검토보고' 문건은 서 전 의원이 법관 연임에 탈락한 데 불복해 낸 행정소송과 관련해 내부에 비공식 소송대응팀을 구성하는 내용을 담았다.
행정처는 "(서 전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이 돼) 다시 법관으로 복귀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소송을 유지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취지로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며 언론과 국회를 상대로 그와 관련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려고 계획하기도 했다.

서 전 의원은 조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법원행정처가 조직적으로 (연임 탈락 취소소송) 재판개입을 계획하고, 이후 2013∼2015년 지속적으로 재판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당시 사법부 윗선의 지시로 여러 차례에 걸쳐 취소소송 재판부에 행정처 의사를 전달하는 재판개입이 이뤄진 정황이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런 정황이 담긴 행정처 문건을 확보해 수사를 지속하고 있다.
앞서 법원이 공개한 행정처의 2015년 6월 30일 '거부권 행사 정국의 입법 환경 전망 및 대응방안 검토' 문건에는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서 전 의원에 대해 '1심 계속 중→ 7.2. 변론종결 등을 통해 심리적 압박을 주는 방안 검토 필요' 등의 내용이 적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서 전 의원의 재판은 그해 7월 2일 변론이 종결됐고 한 달 뒤 패소했다.
검찰은 지난달 초 법원행정처에서 법관 블랙리스트 문건을 확보한 이후 관련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검찰은 이어 지난달 30일과 이달 13일에도 영장을 발부받아 법원행정처 인사담당 부서를 압수수색하고 법관 인사 불이익과 관련된 문건들을 추가로 확보하며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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