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 친중국 정치세력 잇따라 실권…"행복한 상황 맞은 인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가 최근 중국과의 남아시아 패권 경쟁에서 잇따라 성과를 거두고 있다.
부탄에 이어 몰디브, 스리랑카까지 역내 친(親)중국 성향의 정치 세력이 잇따라 밀려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인도 외교부는 16일 라닐 위크레메싱게 스리랑카 총리가 두 달 만에 총리직에 복귀하자 곧바로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라비시 쿠마르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스리랑카의 정치 상황이 해결된 점을 환영한다"며 "이는 모든 정치 세력의 성숙함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스리랑카는 두 달가량 심각한 정국 혼란을 겪었다.
지난 10월 26일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이 위크레메싱게 총리를 전격 해임하고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을 새 총리로 임명한 후 어정쩡한 '2총리 체제'가 계속되면서다.
위크레메싱게는 대통령의 결정이 위법이라며 버텼고, 결국 라자팍사는 두 차례나 의회 불신임을 받은 끝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렇게 스리랑카의 정치 상황이 수습되자 '숨은 승자'는 인도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친중국 성향의 라자팍사가 정치권에서 다시 영향력을 행사할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라자팍사는 2005년부터 10년간 대통령을 역임하면서 노골적인 친중국 정책을 폈다. 중국에서 대규모 차관을 빌려 함반토타 항(港)을 건설하는 등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런 라자팍사가 총리로 임명되자 인도는 국제사회와 함께 위크레메싱게 총리의 복직을 위해 다양한 물밑 외교 작업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일간 민트는 "위크레메싱게 총리의 복귀로 인도는 행복한 상황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인도는 지난 9월 대선이 치러진 몰디브에서도 '외교적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선에서 패배한 친중국 성향의 압둘라 야민 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불복할 움직임을 보이자 인도는 미국 등과 연대해 "평화롭게 정권을 이양하라"고 압박했다.
야민 전 대통령은 선거 후 한 달 가까이 버티다가 결국 대선 패배를 공식 인정했다.
이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달 17일 외국 정상으로는 유일하게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 새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며 몰디브와의 관계 회복에 더욱 공을 들였다.
몰디브도 일대일로 사업을 재검토하겠다며, '인도 우선정책'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화답했다.
중국은 지난 10월 부탄 총선에서도 영향력 확대 기회를 놓쳤다.
2008∼2013년 집권한 친중국 성향의 부탄평화번영당(DPT)이 재집권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예상을 깨고 중도좌파 성향의 신생 야당 브루그 니암럽 초그파(DNT)에 밀렸기 때문이다.
대신 새정부 출범 후 인도와 부탄의 관계는 더욱 긴밀해지는 분위기다.
로타이 체링 부탄 총리는 첫 해외 순방지로 인도를 택해 오는 27일 뉴델리를 방문할 예정이다.
한편, 중국은 지난 몇 년간 남아시아에서 항구 등을 잇따라 건설하는 등 이른바 '진주 목걸이 전략'을 강력하게 펼치며 역내 인도의 영향력을 견제했다.
이에 인도도 남아시아 국가와 정치·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군사력을 증강하는 등 지역 구심력을 다지는 데 힘쓰며 맞서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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