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 검찰이 전임 총리의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를 형사 기소했다.
17일 디엣지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토미 토머스 말레이시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골드만삭스의 자회사들과 전 임직원 2명 등을 증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국영투자기업 1MDB를 통해 수조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골드만삭스는 2012∼2013년 세 차례에 걸쳐 65억 달러(약 7조3천억원) 상당의 1MDB 채권발행을 대행하고, 6억 달러(약 6천700억원) 상당의 수수료를 챙겼다.
토머스 장관은 채권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의 절반에 가까운 27억 달러(약 3조원)가량이 유용 혹은 횡령됐다면서, 골드만삭스가 이런 결과가 초래될 것을 알고서도 투자자들을 속여 돈을 끌어모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사기 행위는 우리 자본시장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이와 관련해 형사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우리 금융 시스템과 시장 건전성을 훼손하고도 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유용·횡령된 공적자금 전액과 채권발행 수수료를 합친 금액인 33억 달러를 훨씬 넘는 규모의 벌금이 골드만삭스에 부과되기를 원하고 있다.
말레이 검찰은 이날 골드만삭스의 동남아시아 사업 대표였던 팀 라이스너와 전직 직원인 로저 응, 1MDB 전 직원 재스민 루, 비자금 조성 및 관리를 맡은 금융업자 로 택 조(37·일명 조 로우) 등 4명도 함께 기소했다.
이들은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장 10년형에 처할 수 있다고 토머스 장관은 말했다.
이중 라이스너와 응은 지난달 초 미국 법무부에 의해 해외부패방지법 위반과 자금세탁 등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1MDB가 발행한 채권에 대한 지급보증을 섰다가 수조 원대의 손실을 떠안는 처지가 됐다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국부펀드 국제석유투자(IPIC)로부터도 지난달 21일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IPIC는 골드만삭스가 신원불명의 말레이시아인과 공모해 IPIC 전 경영진을 매수함으로써 IPIC에 해가 되는 의사결정을 하도록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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