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제출용 보고서 분석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을 전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돕기 위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작을 펼쳤다는 상원 제출 보고서 내용이 알려진 가운데 러시아는 특히 흑인층을 타깃으로, 인스타그램을 새로운 '주요 전장'으로 삼았다고 미 언론이 17일(현지시간) 전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 상원 정보위 제출용으로 작성된 러시아의 미 대선 관련 SNS 게시물에 대한 보고서 초안을 입수해 러시아가 2016년 대선 과정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그를 지원하기 위한 SNS 공작을 계속했다고 보도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보고서는 영국 옥스퍼드대의 '컴퓨터를 이용한 선전 프로젝트' 팀과 네트워크 분석회사 그래피카가 공동 작성한 것과 미 컬럼비아대, 캔필드연구소, 사이버보안업체 뉴 놀리지(New Knowledge)가 만든 것 등 2건이다.
보고서에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구글 등의 SNS 게시물 수백만건을 조사한 결과가 담겼다. 여기에는 러시아에 기반을 둔 '댓글부대'인 IRA(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가 SNS에 올린 1천만 건 이상의 트윗과 11만6천 건의 인스타그램 글, 6만1천 개의 페이스북 게시물 및 1천 개의 동영상 분석 결과가 포함됐다.
IRA는 2016년 미 대선을 앞두고 SNS를 이용해 미국인의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는 광고를 잇달아 퍼트려 선거에 개입하려 했던 조직이다.
보고서는 대선을 앞두고 러시아의 온라인 활동을 '미국 시민을 상대로 한 선전전(propaganda war)'으로 규정하고, 러시아가 미국인을 상대로 다양한 방식의 '분할(divide) 전략'을 쓴 것으로 파악했다고 미 공영 라디오 NPR은 전했다. ABC는 "러시아는 흑인층을 타깃으로 삼았으며 인스타그램을 '주요 전장'으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CNN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많은 성과를 거둔 IRA의 노력은 특히 흑인 커뮤니티를 타깃으로 했으며 흑인 청중을 자산으로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기술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IRA는 자체 페이스북 페이지와 트위터 및 인스타그램 계정, 유튜브, 텀블러, 구글 광고 등을 통해 흑인 대상 캠페인을 벌였다. IRA는 흑인 미디어를 공유하고 홍보하는 '크로스 플랫폼' 전략도 썼다.
보고서는 "러시아의 목표는 흑인들이 선거를 보이콧하도록 설득하거나 투표율을 낮추기 위해 잘못된 투표 절차를 따르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고 ABC는 전했다.
또 보고서는 "러시아는 흑인 표를 표적으로 삼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이용했고, 미국에 사회적·정치적 불화를 계속 싹트게 하려 했다"고 ABC는 부연했다.
페이스북의 경우 IRA가 운영한 '애국주의자 되기', '텍사스의 심장' 등 20여개 페이지를 중심으로 보수 성향 미국인을 표적으로 삼아 운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공화당 리처드 버(노스캐롤라이나) 상원 정보위원장은 "러시아가 얼마나 공격적으로 미국인을 인종, 종교, 이데올로기에 따라 나누려고 시도했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미국을 겨냥한 IRA의 활동이 2013년 트위터에서 시작된 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광범위한 활동으로 빠르게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이 중에서도 인스타그램의 영향력은 더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미국의 언론 보도가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IRA의 활동에 초점을 맞추자 IRA는 많은 활동을 인스타그램으로 옮긴 것으로 분석했다고 CNN은 전했다.
또 사진 등 이미지를 강조하는 인스타그램은 향후 '이미지 중심 싸움'에서 계속 핵심 전장이 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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