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 관광객 교토로 몰린다…일 전통문화 체험 '인기'

입력 2018-12-19 07:00   수정 2018-12-19 07:09

부유층 관광객 교토로 몰린다…일 전통문화 체험 '인기'
'처음 오는 손님 사절' 전통 남아있는 일본 화류계 문화 체험
보통 사람 엄두 못낼 비싼 요금, 왕실 관련 사찰선 1박1천만원 숙박사업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세계적인 유명인사와 부유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의 고도 교토(京都)로 몰리고 있다. "처음 오는 손님 사절"의 전통이 남아있는 일본 화류계의 명소에서 전통문화를 체험해 보기 위해서다.
단골손님의 안내로 몇차례 다녀가 신뢰관계가 쌓여야 겨우 혼자서도 놀러갈 수 있는 곳. 그런 전통이 남아있는 교토의 화류계는 대부분의 보통 일본인들에게 심리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여전히 장벽이 높은 곳이다.
지난달 말 어느 날 밤. 교토의 유명 화류가인 기온(祇園)의 한 음식점에서 외국인 관광객 부부가 '게이샤(芸者'의 공연을 보면서 식사를 즐기는 일본 전통문화인 '오자시키(お座敷)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미국 몬태나주에서 온 스티브 윌리엄(58)과 부인 린다(60)를 마이코(舞妓. 교토 기온의 연회석에서 춤을 추는 '동기(童妓)' 유리하와 '게이코(芸妓)' 마호리가 손님을 접대하는 자리다. 현장에서는 영어와 일본어가 뒤섞여 오가면서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는 교토에서도 보기 드문 광경이다.
"마이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떤 훈련을 하나". 부부는 서툰 젓가락질로 시금치 깨 무침과 고등어 초밥 등 정갈하게 차린 일본요리와 일본주의 맛에 입맛을 다시며 연신 질문을 쏟아냈다. 옆에 앉은 일본인 통역도 덩달아 바쁜 모습이다.


이들 미국인 부부가 이용한 '익스클루시브(exclusive) 교토'는 '처음 오는' 외국인 부유층 관광객에게 일본의 전통 화류계 놀이를 제공하는 관광 상품이다.
17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이 서비스에는 전속 통역이 따라 붙는다. 최대 3시간 동안 식사를 즐기면서 마이코와 환담하거나 춤을 감상하며 음식점 측이 제공하는 전속 서비스를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손님을 태워오고 태워다 주는 전용 자동차도 갖추고 있다. 장소와 요금은 외부에는 비공개다. 마이코 등 게이샤 파견비용과 가이드, 식사대 등을 합해 요금은 단골손님이 즐기는 '오자시키 놀이' 비용과 같거나 그 이상이라고 한다.
보통 사람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큰 금액일거라고 짐작만 할 뿐이지만 이날 오자시키를 즐긴 스티브씨는 매우 만족해 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오페라를 보려면 비싼 티켓요금을 내야 한다. 평소 기능을 연마한 마이코 등 게이샤의 기예를 20여명 정도의 무리속에서 보는게 아니라 완전히 사적인 공간에서 즐길 수 있었다. 비용은 매우 공정한 수준이었다"는게 스티브씨의 소감이다.
스티브씨는 여행전 아내 린다로부터 "진짜 게이샤와 만나 직접 대화해 보고 싶다"는 부탁을 받고 인터넷을 뒤졌지만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관광용 '오자시키' 체험밖에 찾지 못했다. "더 사적인 공간에서 오자시키를 체험해 볼 수 없을까". 인터넷을 다시 샅샅이 뒤진 끝에 마침내 이 서비스를 찾아냈다.
'익스클루시브 교토'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SIM카드를 판매하는 회사를 경영하는 사와다 겐지(澤田賢二. 45)가 2016년에 내놓은 서비스다. 교토시 관계자로부터 고급 호텔에 묶을 성 싶은 관광객이 '진짜 교토'를 체험해 보고 싶어 하는데 그럴만한 곳이 없고 일본어 통역 가이드 육성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런 서비스에 착안했다.
그는 교토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 '기온고부(祇園甲部)', '기온히가시(祇園東)' 등 교토 전통문화의 상징인 이른바 '고카가이(五花街)'로 불리는 화류가를 단골손님으로 300회 이상 드나든 경험이 있다.
"단골손님 치고는 내가 절대적으로 어리다. 유곽 고객이 고령화하는 상황에서 전통문화를 지원할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고 한다.
그동안 쌓아온 인맥을 활용해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은 정원을 볼 수 있는 일본식 방(和室) 등 "특별한 장소"를 제공한다. 여러 차례 만나 신뢰관계가 형성된 고객에게는 자신이 동반해 오자시키와 마찬가지 풍류를 즐길 수 있는 오차야(お茶屋)에 가기도 한다.
타깃은 말할 것도 없이 '부유층'이다. "신청을 접수하는 단계에서 일방적인 요구를 하는 사람은 단연 거부"하지만 지금까지 주로 미국과 유럽인을 중심으로 수십 커플이 이용했다.
사와다 사장은 내년에 법인화를 통해 이 사업을 본궤도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교토에는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관광객의 만족도는 거꾸로 떨어지고 있다. 진짜 일본을 체험해보고 싶어하는 부유층의 수요에 부응하고 싶은"게 그의 포부다.
교토에서는 또 왕족이나 조정대신 관계자가 주지를 맡는 이른바 몬세키(門跡寺院) 사찰의 하나인 닌나지(仁和寺)가 1박 100만 엔(약 1천만 원)에 숙박업을 시작했다.
닌나지는 888년 우다(宇多)천황이 창건한 절로 왕실 관계자가 오랫동안 주지를 맡아온 절이다. 수많은 문화재와 보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벚꽃 명소로도 유명하다. 199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경내 일부 건물을 정비해 올봄부터 투숙객을 받기 시작했다. 보통 사람들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의 비싼 요금에도 불구, 미국 등지의 5쌍 정도가 이용했으며 현재 세계 각국에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사찰 측은 투숙객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첫 손님은 "세계적인 저명인사"였다고 한다. 다타미가 깔린 일본식 방에는 외국인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의자와 소파가 놓여 있으며 노송나무 욕조에서 피로를 풀거나 절이 보유하고 있는 보물의 일부를 숙사내에서 감살할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숙객은 하루 1팀만 받는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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