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저유소 화재 수사과정서 이주노동자 차별"

입력 2018-12-18 15:54  

"고양 저유소 화재 수사과정서 이주노동자 차별"
"원인은 부실한 안전시스템"…민변, 국가인권위 진정 예정



(고양=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경찰의 고양 저유소 화재 수사과정에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 이뤄졌다."
풍등을 날려 저유소에 불이 나게 한 혐의로 입건된 외국인 근로자의 변호를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은 18일 오후 2시 30분께 경기 고양경찰서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과정과 결과에 모두 문제가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변의 최정규 변호사는 모두 발언에서 "객관적인 증거가 없이 피의자에게 중실화죄를 뒤집어씌우는 식으로 수사가 진행됐다"면서 "피의자에 대해 윽박지르거나 자백을 유도하는 식의 수사 방법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신하나 변호사는 이어 "경찰은 비속어와 폭언을 사용하거나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도 않으면서 '거짓말하는 것 아니냐'고 100여차례 추궁하는 등 강압적으로 피의자를 신문했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또 "경찰은 피의자를 긴급체포한 뒤 피의자의 인적사항을 언론에 유출했다"며 "이런 식의 피의사실 공표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명백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민변 측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조합 위원장과 김대권 아시아의 친구들 대표는 수사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겪게 되는 문제점도 소개했다.
김 대표는 "과연 미군이나 유럽 출신의 외국인이 이런 일을 했다면 우리나라 경찰과 언론, 한국사회가 똑같이 반응했을까 돌아봐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으로 국민들이 얻은 교훈이 결국 '풍등을 날리지 말아야겠다'는 것에 불과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안전기술 전문가로 자신을 소개한 김대우 PNS대표는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은 부실한 국가의 안전 체계"라며 "미국의 화학사고조사국처럼 독립된 조사 조직이 필요하며, 사고 조사 내역을 완전히 공개해달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민변을 비롯해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아시아의 친구들, 이주공동행동,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등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고양경찰서는 지난 10월 6일 발생한 저유소 화재(피해액 117억원) 관련, 스리랑카 출신의 외국인 근로자인 A(27)씨를 중실화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 외에 송유관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장과 안전관리 책임자를, 직권남용 및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전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등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suk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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