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외국인 공격수'라는 생각으로 뛰어보려고요"
(수원=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서재덕(29·한국전력)이 전 동료 펠리페 안톤 반데로(KB손해보험·등록명 펠리페)의 후위 공격을 막아내는 순간, 한국전력은 기나긴 연패에서 벗어났다.
서재덕은 "경기가 끝나는 순간 '아, 다행이다'라는 생각만 했다"고 웃었다.
한국전력은 18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18-2019 V리그 남자부 홈경기에서 KB손해보험을 세트 스코어 3-2(25-23 20-25 25-14 27-29 15-9)로 꺾고 17경기 만에 시즌 첫 승(16패)을 거뒀다.
승리의 주역은 단연 서재덕이었다.
외국인 선수가 없는 팀에서 고군분투하는 서재덕은 이날도 팀 내 최다인 30점을 올렸다.
서재덕은 올 시즌 토종 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310점)을 올리고 있다.
한국전력은 사이먼 히르슈가 정규리그 개막 직전 팀을 떠나고, 대체 외국인 선수 아르템 수쉬코(등록명 아텀)마저 부상으로 짐을 싸 올 시즌을 외국인 없이 치른다.
서재덕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외국인 공격수다'라는 마음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다른 외국인 선수보다는 토종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안다.
서재덕은 "지금은 내가 (서브 리시브 부담이 없는) 라이트로 뛰지만, 나도 시즌 초까지는 레프트로 뛰었다. 서브를 받고 공격까지 해야 하는 토종 공격수들의 부담감을 잘 안다"며 "그래서 '내가 공격할 때는 꼭 득점해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팀에는 장신 공격수가 없다. 누구 한 명이 돋보이지 않는 '원팀'이 되어야 승리할 수 있다"며 "우리 선수들 모두 같은 마음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고 했다.
"코트를 떠나면 배구 생각은 안 하려고 한다"는 서재덕이지만, 주장이자 에이스인 그는 연패에 빠진 팀을 구하고자 안간힘을 썼다.
체력을 소진하다 보니 7일 OK저축은행전을 앞두고는 심한 감기몸살에 시달려 아예 코트에 나서지 못했다.
서재덕은 "그날 체온이 39도까지 올라갔다. 그 한 경기를 쉬게 해주셔서 몸이 더 좋아졌다"며 "몸 상태는 괜찮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했다.
16연패를 끊은 날에도 한국전력과 서재덕은 고비를 맞았다.
체력 소모가 컸던 서재덕은 4세트 22-20에서 두 번 연속 공격을 했지만, 모두 상대 블로킹에 막혔다. 한국전력은 4세트를 내줘 5세트에 돌입했다.
심기일전한 서재덕은 5세트에서 다시 활약했다. 14-9로 앞선 상황에서는 펠리페의 후위 공격을 블로킹하며 경기를 끝냈다.
서재덕은 "펠리페와는 정말 친한 사이다. 미안하고 고맙다"고 웃으며 "펠리페의 최근 경기력이 정말 좋았다. 펠리페의 크로스 공격은 두고 직선을 잡으려고 했는데 그 작전이 통했다"고 전했다.
극심한 부담감 속에서도 서재덕은 코트에 설 때마다 "최대한 즐기자"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달콤한 첫 승의 기쁨을 누렸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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