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의 미학 구현한 이상의 집…보수 마치고 재개관(종합)

입력 2018-12-19 15:22  

비움의 미학 구현한 이상의 집…보수 마치고 재개관(종합)
문화재지킴이 기업 라이엇게임즈 후원으로 새 단장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이상을 흔히 비운의 천재,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라고 합니다. 분명한 사실은 이상이 문학·미술·건축 등 여러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점입니다."
천재시인 이상(본명 김해경, 1910∼1937) 집터에 세운 서울 종로구 통인동 '이상의 집'이 4개월에 걸친 보수공사를 마치고 19일 재개관했다.
이날 만난 김대균 건축사무소 착착 대표는 "도가(道家)에서 비어 있어야 쓸모가 있다고 했는데, 이상의 집도 비워서 채우려고 했다"며 "입체적 인물을 표현하려면 비워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상의 집 자리는 이상이 1912년부터 1933년까지 산 곳. 백부 김연필은 두 돌이 지난 이상을 데려와 20년 넘게 키우면서 학업을 도왔다. 백부 집은 오래전에 사라졌고, 집터도 여러 필지로 나뉘었으나 장소의 가치는 남았다.
후대에 재건한 이상의 집은 한때 훼손 위기에 처했으나, 문화유산국민신탁이 2009년 KB국민은행 후원을 받아 매입한 뒤 전시회와 문화 행사를 여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날 공개한 이상의 집은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 등지에서 찾은 자료를 공개하고, 편의시설을 확충한 점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확보한 아카이브 자료는 시 75편, 소설 21편, 수필 19편, 서신 5편, 그림과 삽화 16점, 기타 자료 21점 등 150여 점에 달한다. 이상 작품을 처음으로 소개한 서적과 인쇄본도 포함됐다.
아울러 이상 친구인 화가 구본웅(1906∼1953)이 그린 19세 무렵 이상 초상화를 참고해 조각가 최수앙이 제작한 흉상도 차양을 친 가운데 공간에 설치했다.
이상의 집 안쪽으로 붙은 콘크리트 2층 구조물인 '이상의 방'도 새롭게 바뀌었다. 계단 내부는 목재로 마감하고, 단마다 방석을 깔았다.
김 대표는 "흉상이 있는 곳은 이상이 세 살부터 열아홉 살까지 보낸 공간이고, 아카이브를 구축한 곳은 스무 살 이후를 상징하는 장소로 생각하면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은 "흉상이 있는 곳은 바닥이 낮고 별다른 전시물이 없어서 과거에는 유휴 공간처럼 인식됐다"며 "흉상이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번 보수공사는 문화재지킴이 협약 기업으로 유물 환수와 문화유산 보호를 지원한 온라인 게임회사 라이엇게임즈 후원으로 이뤄졌다. 라이엇게임즈는 지금까지 50억여원을 문화재청에 기부했으며, 이상의 집 수리에는 2억원이 들어갔다.
장영기 문화재청 사무관은 "이상의 집은 장소 발굴부터 매입, 운영, 재개관까지 모든 과정이 시민 참여와 민간기업 후원으로 진행됐다"며 "천재시인 이상의 숨결을 느끼도록 내부 공간을 단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상의 집은 문화유산 민관협력의 이정표"라며 "많은 국민과 기업이 문화유산신탁 운동에 참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이상의 집이 인문학 발전소 역할을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상의 집에서 호응을 얻은 콘텐츠는 신탁이 운영하는 또 다른 문화재인 보성여관, 울릉 역사문화체험센터, 부산 문화공감 수정 등에서도 활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상의 집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관하며, 점심시간은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다. 설과 추석 연휴는 문을 닫는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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