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성용 기자 = 최근 별세한 '아버지 부시'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과거 10년간 필리핀의 7세 소년을 '필명으로' 남몰래 후원해 온 사실을 그들 사이를 연결해 준 비영리단체가 밝혔다고 미국 CNN이 보도했다.
아버지 부시는 티모시라는 이름의 이 소년의 교육, 교과외 활동, 식사 등을 위해 전달되는 돈을 보냈고 관련 내용을 담은 부시의 편지 일부를 비영리단체가 언론에 공개했다.
아버지 부시 측 대변인인 짐 맥그래스는 부시의 편지들이 진짜라는 점을 확인했다.
후원이 개시되자 부시 전 대통령은 필리핀 소년에게 곧바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부시는 2002년 1월 24일 보낸 첫 편지에서 "처음부터 티모시를 사랑하고 있었다"고 적었다.
부시는 2001년 워싱턴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콘서트에 참석했다가 소년을 도울 생각을 갖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컴패션 인터내셔널' 웨스 스태퍼드 전 회장은 "당시 뮤지션들이 대부분 기독교인이고 그들이 우리의 임무를 믿고 있었다. 청중들에게 우리를 소개하면서 후원 의사를 물었다"고 말했다.
스태퍼드는 "경호원에 둘러싸인 채 청중석에 앉아있던 미스터 부시가 갑자기 손을 들고 팸플릿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부시의 경호팀은 팸플릿 내용이 진짜인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비상'이 걸렸지만 부시의 후원을 막을 순 없었다.
부시 경호팀은 스태퍼드에게 "소년을 후원하려면 소년이 그의 후원자가 누구인지 몰라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따라 부시는 그의 모든 편지에 '조지 워커'라는 이름으로 서명했다고 스태퍼드는 전했다.
부시 경호팀은 티모시의 안전을 염려했다. 티모시가 전직 미국 대통령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라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되면 '타깃'이 될 수 있고 이를 우려한 것이다. 부시의 편지가 경호 규칙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부시의 한 편지에는 반려견의 사진이 담겼다. 편지 곳곳에는 후원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만한 암시적 표현이 사용됐다. 부시는 그가 크리스마스 때 백악관에 초청될 만큼 유명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티모시는 17살로 후원 프로그램이 종료될 때까지 그의 후원자가 부시라는 사실을 몰랐다. 이후 비영리단체 측이 필리핀을 찾아가 티모시를 만나 후원자의 신원을 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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