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유럽연합(EU)과 유엔 등 세계 주요 기구 외교통신망이 지난 3년간 중국발로 추정되는 해커들에 의해 침투당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 보도했다.
해커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부터 세계 무역에 이르는 수천건의 외교 전문을 성공적으로 '다운로드'했다고 NYT는 전했다.
해킹 사실은 사이버 보안업체인 '에리어 1'(Area 1)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EU 관리들은 2급 또는 3급 기밀로 분류된 정보들은 해킹으로 영향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전문가는 NYT에 해커들이 사용한 수법이 과거 중국군이 사용한 것과 유사하다고 지적하면서 지난 10여년간 중국의 사이버 공작에 대처한 경험에 미뤄볼 때 이번 해킹 공작이 중국 정부와 연관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단언했다.
미 국가안보국(NSA) 출신 3명의 전직 관리들이 설립한 보안업체인 에리어 1은 해킹으로 유출된 1천100여건의 외교 전문을 NYT에 제공했다.
EU 외교관들은 (해킹된) 전문에서 예측 불가의 트럼프 미 행정부와 러시아, 이란 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7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만남을 (최소한 러시아 측에) 성공적이라고 평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해킹당한) 또 다른 전문은 지난 7월 16일 있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EU 관리들과의 사적 만남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분석을 담고 있다.
시 주석은 당시 '비록 무역 전쟁으로 모두가 피해를 보더라도 중국은 워싱턴으로부터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시 주석의 이 발언은 바로 지난 18일 행한 발언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시 주석은 "누구도 중국인들에게 이래라저래라 지시할 입장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유엔을 비롯한 다수의 국제기구도 해킹으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커들은 유엔 통신망과 미국 산별노조단체인 노동총연맹(AFL-CIO), 세계 각국의 외교부와 재무부에 침투한 것으로 나타났다.
AFL-CIO의 경우 중국이 배제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둘러싼 이슈들에 해킹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북한이 한창 미사일을 발사하던 2016년 중 유엔을 대상으로 이뤄진 해킹은 당시 유엔 사무총장과 아시아 지도자 간 만남을 겨냥한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전 세계 100여개 기관과 기구들이 수년 전부터 해킹 표적이 돼왔으나 상당수는 불과 며칠 전 에리어 1로부터 통보를 받을 때까지 침투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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