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철 반부패비서관, 한국당 폭로에 적극 해명…"명예 걸고 법·원칙따라 수행"
"문제 문건 10건 중 4건은 즉시 폐기, 2건은 미보고, 4건은 적법 활동"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박경준 기자 = 청와대는 19일 자유한국당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무차별 사찰을 주장하면서 전 특감반원인 김태우 수사관이 작성했다는 첩보보고 문서 목록을 공개한 것과 관련, 특감반 직무와 무관한 보고 목록에 대해서는 보고 과정에서 폐기되거나 아예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개된 목록에 문제가 있는 문건이라는 의미로 빨간 표시가 돼 있는 문건 10건 중 ▲ 코리아나호텔 사장 배우자 이미란 자살 관련 동향 ▲ 한국자산관리공사 비상임이사 송창달, 홍준표 대선자금 모금 시도 ▲ 조선일보, BH의 홍석현 회장의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 검토 여부 취재 중 ▲ 조선일보, 민주당 유동수 의원 재판거래 혐의 취재 중 등 4건은 특감반장에게 보고됐으나 직무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해 폐기했다고 밝혔다.
또 ▲ 진보교수 전성인, 사감으로 VIP 비난' 문서 ▲ MB정부 방통위, 황금주파수 경매 관련 SK측에 8천억 특혜 제공 문서는 보고된 바 없다고 했다.
▲ 방통위 고삼석 상임위원,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갈등 ▲ 주러시아 대사 내정자 우윤근 금품수수 관련 동향 ▲ 고건 전 총리 장남 고진, 비트코인 관련 사업 활동 중 ▲ 박근혜 친분 사업자, 부정청탁으로 공공기관 예산 수령 등 나머지 4건은 박 비서관에게 보고됐고, 이 중 비트코인 건을 제외한 3건은 조국 민정수석에게도 보고됐다고 언급했다. 적법한 감찰 활동의 일환이라는 주장이다.
청와대 특감반의 첩보 보고는 '특감반원→특감반 데스크→특감반장→반부패비서관→민정수석' 절차를 거치며, 각 단계를 통해 특감반 직무를 넘어서는 사안은 즉각 폐기 조치된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박 비서관은 "특감반원은 어떤 지시를 받고 첩보를 수집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주제를 정해 자신의 역량으로 첩보를 수집하기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아무 지시 없이 자신이 생산한다"고 말했다.
김 수사관이 보고했으나 특감반장에 의해 폐기된 문건과 관련해 그는 "김 수사관은 작년 7월 14일 정식 임명돼 일해왔고, 특감반 초기에 이전 정부에서 민간영역까지 다양한 첩보를 수집하던 관행을 못 버리고 민간영역 첩보를 보고했다"며 "특감반장이 '우리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다르니 앞으로 이런 첩보를 수집하지 말라'고 제지했고 이후 김 수사관은 1년간 문제 문건 작성을 안 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취재와 관련한 보고서 2건과 관련, 그는 "김 수사관은 과기정통부 감사관 공모가 있던 시기에 마음이 다른 데 가 있어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며 "1∼2주에 한 건 정도 보고서를 써야 업무를 하는 것이어서 특감반장 기억으로는 거의 '지라시' 수준으로 언론 사찰 소지가 있는 내용을 작성해 왔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 두 보고서를 한 날 보고했고, 역시 특감반장이 '언론 사찰 소지가 있으니 작성하지 말라'면서 폐기했다"고 했다.
박 비서관은 "'방통위 고삼석 상임위원,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갈등' 보고서와 관련,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 두 분이 갈등이 있다는 소문이 있어 대통령 비서실 직제 7조 2항에 의해 특감반의 직무 권한에 따라 사실 확인을 해서 제가 수석께 보고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 대사 내정자 우윤근 금품수수 관련 동향' 보고서는 이 분이 향후 러시아 대사 내정자 신분인 상황에서 제가 보고받았고, 이 보고서는 수석께 인사검증에 참고하도록 전달했다"며 "거기까지가 반부패비서관실 업무"라고 밝혔다.
그는 "'고건 전 총리 장남 고진, 비트코인 관련 사업 활동 중' 보고서는 당시 반부패비서관실에서 비트코인 업계의 불법 거래나 비트코인 거래소의 불법 행위, 비트코인 업계 과열에 대해 정책보고서를 쓸 때이고, 이 자료는 그 일환으로 보고된 것"이라며 "이는 특감반원 신분으로 감찰보고서를 작성한 게 아니라, 반부패비서관실 소속 행정요원으로서 행정관들과 협업을 통해 정책 정보를 생산하는 로데이터를 수집한 것으로, 비트코인 관련 정책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참고자료가 됐다"고 언급했다.
박 비서관은 "'박근혜 친분 사업자, 부정청탁으로 공공기관 예산 수령' 보고서는 전 정부에서 박 전 대통령과 친분 있는 사업가가 현 정부에서도 공무원에게 로비해 공공기관 예산 부정 수령 의혹에 대한 보고서"라며 "이 사람이 부정하게 예산을 수령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과기정통부 감사관실로 이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은 공공기관과 관련한 저희 직무 범위 내 업무"라며 "저희는 어떤 기관에 이첩하면 그 이후에는 전혀 그 내용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보고된 바 없다는 '진보교수 전성인, 사감으로 VIP 비난', 'MB정부 방통위, 황금주파수 경매 관련 SK측에 8천억 특혜 제공' 보고서와 관련, 그는 "두 보고서는 각각 올해 8월 27일과 28일 작성으로 돼 있다. 8월 24일에 김 수사관이 지원했던 과기정통부 감사관이 최종 발표됐는데, 그 이틀 전쯤 그의 그런 행위를 발견하고 감사관직 응모를 중단시켰다"며 "한 달간 근신 기간을 둬 직무를 못 하게 했는데 그동안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박 비서관은 "10건의 보고서에 대해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기억을 더듬고 특감반장과 상의해 답했다"며 "저는 문재인정부의 초대 반부패비서관으로서 제 명예를 걸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 비위 혐의자의 일방적인 주장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honeybee@yna.co.kr,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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