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범 초기 '민간첩보 수집말라' 경고에도 1년 뒤 같은 행태 반복
'김태우 별도 관리'까지…박형철 "근태관리에 책임 없다 할 수는 없어"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야당 정치인과 언론사 등을 사찰했다는 주장과 함께 전 특감반원인 김태우 수사관이 작성했다는 첩보 목록이 19일 자유한국당에 의해 공개되면서 그간 특감반의 관리나 기강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업무 특성상 은밀하게 이뤄져야 할 특감반 활동의 일부가 대외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이를 비위 연루 의혹을 받아 검찰에 복귀한 김 수사관 개인의 일탈로만 간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 특감반 내부의 구조적 문제 아니냐는 관측으로도 이어진다.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브리핑에서 "김 수사관이 자신이 작성한 문서의 (목록이 있는) 컴퓨터 화면을 배포했다"고 말해 특감반 첩보보고서 목록이 외부에 알려졌음을 공식화했다.
박 비서관에 따르면 김 수사관이 특감반원으로 일한 것은 지난해 7월 14일부터다.
박 비서관은 "김 수사관이 초기에 이전 정부에서의 관행을 못 버리고 민간영역까지 다양한 첩보를 보고했다"며 "이에 '우리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다르니 이런 첩보를 수집하지 말라'고 제지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김 수사관은 1년 동안 문제 되는 문건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김 수사관이 올해 7월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사관 자리에 응모하면서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박 비서관은 당시 상황에 대해 "(김 수사관이) 마음이 다른 데 가 있어서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특감반장의 기억으로는 (이 시기) '지라시' 수준으로 언론 사찰 소지가 있는 내용을 작성해 왔다"고 부연했다.
'민간 사찰'로 오해받을 수 있는 첩보를 수집하지 말라는 경고가 적어도 김 수사관에게는 1년 뒤 유야무야됐다고 할 수 있다. '마음이 다른 데 가 있는' 김 수사관의 일탈을 미연에 방지할 기회도 놓친 모양새다.
또한 박 비서관은 이날 한국당이 김 수사관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첩보보고서 목록 사진을 공개한 것을 두고 이 목록이 김 수사관이 작성한 진본인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확인한 바 없다"고 답했다.
박 비서관은 "그 화면이 진짜 김 수사관이 특감반 사무실에서 찍은 건지, 자신이 집에서 만들어 찍었는지를 알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당 사진 속 화면이 청와대 내 특감반 컴퓨터 화면이라면 스마트폰이나 카메라 등 민감한 정보를 유출할 수 있는 기기에 대해 청와대 내 보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김 수사관이 청와대 외부의 개인용 컴퓨터 등에 따로 보관했더라도 역시 '보안'이라는 같은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청와대 특감반의 업무수행 방식도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박 비서관은 브리핑에서 "제게는 보고서의 내용이 중요할 뿐 누가 썼는지도, 그 사람의 출입처도 모른다"면서 "특감반원은 자신이 주제를 정해 첩보를 수집한다"고 밝혔다.
야당의 주장과 같은 '조직적 사찰'이 없음을 강조하기 위한 설명이지만, 일각에서는 특감반원이 무분별하게 첩보를 수집할 가능 열어놓음으로써 현 사태를 불러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박 비서관은 "(첩보의) 주제를 정하는 데 간섭하지 않겠다는 취지"라면서 이러한 방식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박 비서관은 김 수사관의 근태관리에 문제가 있었음을 우회적으로 시인하기도 했다.
박 비서관은 "특감반원은 아침에 출근하면 '오늘 어떤 일을 한다'고 반장에게 보고하고 다음 날 무슨 활동을 했는지 보고하는데, 김 수사관이 과기정통부 감사관에 지원하는 등 문제가 생긴 뒤로는 한 달간 근신하게 한 뒤 저도 일일 상황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수사관 행위가 문제가 돼 '근태관리'를 강화했다는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폭로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박 비서관은 "결과가 이렇게 된 데 근태관리에 책임이 없다고 말씀드릴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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