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너비 6m·깊이 3m…"피장자가 생전에 준비한 무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재발굴 조사 결과 그 규모나 축조 방식, 축조 시기 등으로 보아 백제 무왕(재위 600∼641) 왕릉일 가능성이 커진 익산 쌍릉(사적 제87호) 대왕릉에서 길이가 21m에 이르는 묘도(墓道·무덤길)가 확인됐다.
익산시와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소장 최완규)는 지난 5월부터 백제시대 횡혈식 석실분(橫穴式石室墳·굴식돌방무덤)인 대왕릉 주변 시설을 발굴조사해 백제 왕릉급 무덤 가운데 가장 긴 묘도를 찾아냈다고 20일 밝혔다.
길이 20m가 넘는 묘도는 최대 너비 6m, 최대 깊이 3m로 파악됐다. 묘도 너비는 시작 부분이 6m 내외이고 무덤방인 석실(石室) 쪽은 4m로, 안으로 들어갈수록 좁아진다. 바닥 높이는 석실 입구가 80㎝ 정도 높게 형성됐다.
최완규 소장은 "부여 능산리 고분군에 있는 왕릉급 무덤 묘도가 4∼6m 정도인 데 비해 대왕릉은 묘도가 매우 길다"며 "얼마나 장엄한 장례의식이 치러졌는지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이번 조사에서 대왕릉을 피장자가 생전에 미리 준비한 무덤인 수릉(壽陵)으로 볼 근거도 찾았다고 설명했다.
최 소장은 "대왕릉은 석실을 먼저 만들고,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긴 묘도를 조성했다"며 "길이 21m인 묘도는 시신을 납입하기 위해 마련했고, 석실을 축조하기 위해 낸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묘도가 존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석실을 만들 때 사용한 묘도는 길이가 훨씬 짧다"며 "석실을 완성한 뒤에는 일부러 폐쇄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쌍릉은 180m 거리에 있는 대왕릉과 소왕릉으로 구성되며, 오금산 줄기가 끝나는 남서쪽 능선에 위치한다. 대왕릉은 애틋한 사랑 이야기인 설화 서동요(薯童謠) 주인공으로 익산에 미륵사라는 거대한 사찰을 세운 무왕, 소왕릉은 무왕 비인 선화공주가 각각 묻혔다고 알려졌다.
쌍릉은 도굴된 바 있으며, 1917년 야쓰이 세이이쓰(谷井濟一)가 조사했다. 당시 대왕릉에서 수습한 치아를 국립전주박물관이 조사해 20∼40세 여성 것으로 발표하면서 무덤 주인공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됐다.
100년 만에 재개된 발굴조사를 통해 대왕릉은 현실(玄室·시신을 넣은 널이 안치된 방) 규모가 드러났다. 육각형 현실은 길이 378㎝·너비 176㎝·높이 225㎝로, 부여 능산리 고분군에서 가장 큰 무덤으로 알려진 동하총 현실보다 넓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현실 조성 과정에서 대형 화강암을 매우 정교하게 다듬어 사용하고, 사비도읍기 백제(538∼660) 왕릉급 무덤 중에는 처음으로 흙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판축 기법으로 봉분을 만들었다는 점도 구명됐다.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현실 내부 관대에 놓인 나무상자에 담긴 인골을 분석해 "60대 전후 남성 노인, 키 161∼170.1㎝, 사망 시점은 620∼659년으로 추정된다"고 지난 7월 발표하면서 대왕릉이 641년 세상을 떠난 무왕 무덤이라는 견해에 힘이 실렸다.
최 소장은 "대왕릉에서 긴 묘도가 발견되고, 수릉으로 간주할 단서가 나오면서 고고학적으로 무왕 무덤일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쌍릉 소왕릉은 내년 봄께 발굴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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