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스토밍 제안에 '아이템 달라'…4차 산업혁명 등 고려"
개성 연락사무소 통한 남북 회담·협의 석달간 285차례 열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김효정 기자 = 김창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장은 20일 "북측에 대미 공공외교가 중요하다면서 이런 차원에서 '미국에 함께 가자'고 제안했더니 뜻밖에 '같이 가자'고 하더라"고 밝혔다.
개성 연락사무소에 상주하는 김 사무처장은 이날 연락사무소 개소 100일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이런 내용의 북측 인사들과 접촉 과정에서 후일담을 공개했다.
김 사무처장은 "북미 고위급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뒤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공동으로 대미 공공외교 추진하는 방향으로 북측과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며 "방미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기술이 변화한 만큼 '브레인스토밍(Brain Storming)'을 하자고 하니 북측이 '구체적인 아이템을 주면 협의하겠다'고 했다"며 "4차 산업혁명이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의 한반도 신경제구상과 연결 등이 아이템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문제가 남측에서 큰 이슈로 떠오르기 전인 지난달 중순 북측 인사가 관련 언급을 한 사실도 소개했다.
그는 "평양에서 내려온 북측 관리가 (사석에서는) '9월 평양공동선언 마지막 구절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연내 답방을 말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면서 "그러나 공식석상에서 살짝 얘기를 꺼내봤더니 전혀 답변을 안 했다"고 털어놨다.
지난 10월 산림협력회담에서 북측 단장이 "이런 식이면 기대 안 갖는다"며 강경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서 김 사무처장은 "이후 북측은 우리 제안을 다 받는 식으로 회담에 응했다"며 "북측이 내부 평가를 통해 회담 모멘텀을 계속 유지해 나가겠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9월 14일 개소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는 지난 19일까지 약 석달간 모두 285차례의 남북 간 회담과 협의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당국간 회담 5차례, 실무회의 5차례, 소장회의 10차례, 부소장회의 26차례 등이었다.
이밖에도 남북은 하루 평균 2.9차례 연락사무소에서 대면 접촉을 했고 총 173건의 통지문도 교환했다.
통일부는 "특정 인원·직급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수준에서 대북 연락·협의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연락사무소 남측 인원은 소장인 천해성 통일부 차관을 비롯해 약 30명으로, 이들은 개성과 서울을 오가며 근무하고 있다.
북측도 20명 안팎이 개성과 평양에서 교대로 근무 중이며, 황충성·김광성 소장대리 등은 약 2주 단위로 개성과 평양을 오간다. 남쪽에 잘 알려지지 않은 김광성 소장대리는 얼마 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합의서에는 남북에서 각각 15∼20명의 직원과 보조인력을 둘 수 있게 돼 있다.
사무소의 원활한 운영과 우리 인원들에 대한 편의를 위해 KT와 한국전력, 수자원공사 등 인원 20여명 상주 근무하고 있으며, 관련 시설에는 북측 인원도 합동 근무한다.
연락사무소 건물에는 정부와 가톨릭대 가톨릭중앙의료원의 협업으로 앰뷸런스 1대와 간호 인력 2명이 상주하는 의무실도 운영되고 있다.
눈이 내릴 것에 대비해 제설 자재와 장비도 비치돼 있어 필요하면 남북연결도로 북측 구간(개성공단~군사분계선)에 대한 제설작업도 진행되며 화재에 대비해 월 1차례 시설별 소방훈련도 진행된다.
김 사무처장은 "의료원과 사무소 시설 순회진료할 때 의사 1명을 파견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오는 23일로 개소 100일째를 맞는 연락사무소에 대해 "실질적인 상시협의 채널로 자리매김해 남북연락이 일상화되고 양적·질적으로 발전했다"며 "남북 간 신뢰 확대와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발전의 토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해외 사례 등을 연구해 연락사무소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한편 통신망 현대화와 남북 간 출입경시 상시통행, 공단 내 이동 간 자유통행 등 내실화도 꾀한다는 계획이다.
또 남북관계 진전 상황을 봐가면서 상호대표부로 확대·발전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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