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라이언, 트럼프 언급 없이 이민·외교정책에 다른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가정에 충실하겠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한 미국 공화당 소속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48·위스콘신)이 고별사를 통해 미국 정치가 무례와 냉소에 휘말려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
라이언 의장은 19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의회도서관에서 행한 고별연설에서 미국의 '망가진 정치'(broken politics)를 개탄했다고 AP통신과 폭스뉴스 등이 보도했다.
2015년 미국 역사상 최연소 하원의장이 된 라이언은 지난 4월 가족과 시간을 보내겠다며 돌연 은퇴를 선언했으며, 새 회기에 하원 다수당이 된 민주당 인사에게 자리를 넘겨주게 된다.
라이언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은 채 트럼프 대통령의 적대자들을 향한 지칠 줄 모르는 날 선 비난으로 대표되는 분열 기류에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모든 분열이 사람들의 공포와 분노를 확대재생산 하는 기술에 의해 증폭되고 있다며 "무례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종 트위터를 통해 반대자들을 신랄하게 공격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개인 역량으로 이런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의회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는 않았다.
그는 "우리의 복잡한 문제들은 완전히 해결될 수 있다"며 "우리의 정치가 작정을 하면 우리의 문제들을 풀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과 관련, 당내 서로 다른 목소리를 하나로 통합하기는 어려웠다며 이민 문제가 국경안보뿐만 아니라 미국 내 불법 체류자들을 지원하는 쪽으로도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외교정책에 관련해서는 트럼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나 일부 국제기구의 탈퇴와는 달리, 국제관계의 기본적인 부분들에 대한 준수를 요구했다.
그는 "미국은 엄포를 놓기보다는 일관성 있고 원칙에 입각한 행동으로 선도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재임 중 역점을 뒀던 두 가지 목표, 즉 치솟는 연방 적자를 적절히 통제하고 메디케어(노령보험)와 다른 대규모 복지 프로그램을 제어하는 데는 무기력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40대 기수', '샛별'이라는 평가와 함께 대권 잠룡으로 여겨졌던 라이언 의장은 지난 4월 중간선거 불출마를 포함한 정계 은퇴를 선언해 미국 정계에 충격을 줬다.
당시 자유무역과 이민법 완화 등에 대한 지지자로서 '좌충우돌'인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 사이에 끼어 일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며, 또한 공화당의 고전이 예상되는 올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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