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동량 신기록에도 위상 더 쪼그라들어…1년 새 비중 5.6%P 급락
한진해운 빈자리 못 메워 증가 물량 대부분 외국선사 차지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올해 부산항 컨테이너 물동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국적선사의 위상은 형편없이 쪼그라들었다.
국적선사 비중이 처음으로 20%대로 추락, 부산항은 외국 선사들의 안마당으로 변했다.
23일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이달 13일까지 처리한 컨테이너가 20피트짜리 기준 2천59만5천여개로 지난해 전체 실적 2천49만여개를 넘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물동량은 연말까지 2천167만4천여개에 이를 것으로 항만공사는 예상한다.
부산항 물동량은 지난해 처음으로 2천만개를 달성했고, 올해 또 신기록을 세웠다.
19일 기준 물동량 2천95만5천여개 가운데 우리나라 수출입 화물(987만7천여개)은 지난해보다 0.8% 줄었고, 환적화물(1천105만여개)은 11.3% 늘었다.
환적화물은 부산항에서 배를 바꿔 제3국으로 가는 다른 나라의 화물이다.
이 물동량 가운데 1천502만2천여개는 외국 선사들이 수송했고, 국적선사는 593만여개에 그쳤다.
외국 선사 비중이 71.7%에 달했지만, 국적선사는 28.3%에 불과하다.
부산항 물동량에서 차지하는 국적선사 비중이 20%대로 떨어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최대 국적선사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한 2017년에도 국적선사 비중은 33.9%였다.
불과 1년 새 5.6%포인트나 급락한 것이다.
2015년 59.6%, 2016년 58.0%였던 외국 선사 비중은 2017년 66.1%로 높아진 데 이어 올해 처음으로 70%를 넘어섰다.
국적선사의 비중이 이처럼 쪼그라든 것은 한진해운 파산으로 선복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고 글로벌 네트워크가 붕괴한 탓이다.
한진해운은 2016년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가 영업을 중단하기 전까지 매년 부산항 전체 물동량의 9%가량을 처리했다.
한진해운이 부산항에서 처리했던 연간 물동량 180만개 대부분을 외국 선사들이 가져갔다.
현대상선과 SM상선은 선박 규모 등에서 대형 외국 선사들과 경쟁하기에 버거운 처지인 데다 해운동맹에도 끼지 못해 한진해운의 물량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했다.
한진해운과 연계한 국적 근해선사들이 우위를 점했던 부산항∼아시아 역내 항로에도 외국 선사들이 대거 선박을 투입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수출입보다 환적화물이 더 많고 증가율도 높은 부산항 특성으로 미뤄 국적선사 비중은 앞으로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올해 환적화물의 외국 선사 비중은 74.2%로 국적선사(25.8%)의 약 3배에 달했다.
수출입화물 비중도 국적선사(31.0%)보다 외국 선사(69.0%)가 훨씬 크다.
항만업계는 현대상선을 비롯한 국적선사들의 선복량이 대폭 늘어나고 한진해운 파산으로 상실한 네트워크를 복원하기 전에는 부산항의 외국 선사 비중이 갈수록 더 높아질 것으로 본다.
소수의 대형 외국 선사가 부산항 물동량을 좌지우지하게 되면 항만산업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하역료와 각종 항만 서비스 요금 인하 압박이 거세져 부산항의 부가가치 하락, 나아가 항만산업 종사자들의 처우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항 내에서 환적화물을 옮기는 영세운수업체 등 각종 연관 업종 종사자들은 선사들이 해마다 요금을 깎는 바람에 고된 노동에도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컨테이너 화물 70% 이상을 처리하는 부산항의 양적 성장에 걸맞게 국적 해운선사와 항만산업이 함께 발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업계는 주문한다.
lyh950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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