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부담 확대·자본이탈·물가상승 등 뒤섞인 '리스크 칵테일' 직면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빈곤한 국가들이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타격을 가장 크게 받는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4차례 금리를 올린 데 이어 내년에도 추가인상을 시사함에 따라 저개발국의 생활 수준이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 시발점으로 자본 탈출이 거론된다.
NYT는 과거 금리가 '제로'에 가깝던 시절 고수익을 찾아 위험한 국가들에 들어간 돈이 연준의 금리 인상 여파로 미국 등 안전한 국가로 이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의 주식·채권시장에 유입된 글로벌 투자자금은 3천150억 달러(약 353조6천8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는 연준이 분기마다 기준금리를 인상한 영향으로 10월까지 그 규모가 1천50억 달러(약 117조9천억원)에 그쳤다.
터키, 아르헨티나,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모두 통화가치 급락을 겪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에다 들어온 달러화 자본까지 탈출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됐다.
NYT는 세계은행 추산 인구 20%가 하루 1.9달러(약 2천135원) 미만으로 살아가는 인도를 생활 수준 저하의 한 사례로 들었다.
인도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둔화하더라도 7%를 훌쩍 넘고 인플레이션도 4% 미만으로 지표상에는 위기감이 없다.
그러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 탈출로 가계와 기업은 이면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인도가 수출보다 수입이 많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그 악영향은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통화가치 하락 때문에 기업의 비용이 조금이라도 증가할 때마다, 기업이 조금이라도 고용을 줄일 때마다 인도 빈곤층의 고통도 커진다.
특히 인도는 석유의 80%를 수입하고 석유는 달러화로만 거래된다는 점 때문에 추가로 고통을 받는다.
인도 루피화의 가치가 떨어진 만큼 기름값이 비싸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떨어지긴 했으나 올해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루피화가 10% 떨어졌을 때 인도의 핵심산업인 석유화학 산업의 비용은 크게 증가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인도는 글로벌 금리 재조정의 악영향에 매우 취약한 국가"라고 설명했다.
목화 농사로 먹고사는 인도 농부 비크람 싱은 1만2천900㎞ 떨어진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사람들이 결정한 미국 기준금리 인상 때문에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비크람은 "값이 오르지 않은 게 없다"며 가족이 주식으로 먹는 콩, 젖소 먹이, 비료, 트랙터에 넣을 경유, 옷, 학비 등을 줄줄이 열거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신흥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나페즈 주크는 "신흥국들은 여러 위험요소가 섞여 있는 '리스크 칵테일'을 갖고 있다"며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가 야기할 수많은 부작용 가능성을 우려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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