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곡' 흐르자 유가족 오열…지역사회도 아픔 함께해
추모비 "유난히 추웠던 그해 겨울 잊지 않겠다"
(제천=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이별도 아픔도 없는 따사로운 햇살만 가득한 세상에서 잠들기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로 목숨을 잃은 29명의 넋을 기리기 위한 추모행사가 21일 열렸다.
이날은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화재 현장에서 500m가량 떨어진 체육공원에서 열린 추모식에는 희생자 유가족들과 이상천 제천시장, 이후삼·권은희·김수민 국회의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추모식은 유가족 추모사와 추모곡 연주, 헌화, 내외빈 추모 등 순으로 진행됐다.
희생자 유가족이 만든 추모곡이 흘러나오자 현장은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됐다.
추모비 헌화가 시작되자 참석자 모두 슬픔에 젖었다.
꽃다운 나이에 참사로 숨진 김다애(당시 18)양의 친구들도 추모식에 참석, 소중했던 친구를 기억했다.
봉사를 마치고 잠시 목욕탕에 들렸다가 참변을 당한 이항자(당시 57)씨의 남편인 류건덕 유가족대책위원회 대표는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추모비 앞에서 오열했다.
어머니(당시 80세)와 여동생(당시 49세), 조카(당시 19세)를 한꺼번에 잃은 민동일 공동대표 역시 흐느껴 울었다.
제천동중학교 학생회가 이날 참사 1주기 추모제를 열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등 지역사회도 아픔을 함께했다.
유가족이 직접 디자인한 1.2m 높이의 추모비에는 참사를 잊지 말자는 의미의 리본과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졌다.
추모비에는 '이별도 아픔도 없는 따사로운 햇살만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 다시 만날 그날을 기약하며 유난히 추웠던 그해 겨울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
유가족은 최근 결렬된 보상 협상과 관련, 충북도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류 대표는 "고인들의 죽음은 돈으로도 덮을 수 없다"며 "도민 화합이라는 명분으로 모든 진실을 돈으로 덮으려는 충북도에 매우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충북도는 피해자 보상 협의 과정에서 '민형사상 절차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그러면서 소방공무원 불기소 처분에 대한 항고는 취하하고, 재정 신청도 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유가족이 이에 반발하면서 최근 협상은 결렬됐다.
한편, 유가족대책위원회는 진화에 나섰던 소방 지휘부를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것과 관련, 지난달 29일 검찰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항고 이유서도 조만간 낼 예정이다.
청주지검 제천지청은 지난 10월 소방 지휘부 2명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했다.
검찰은 인명 구조와 화재 진압을 동시에 해야 했던 참사 당시 상황을 고려할 때 소방 지휘부에 구조 지연에 대한 형사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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