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적 조치"…그리스 정부 "지난 1월 법 체계 바꿔"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인권재판소(ECHR)가 유언을 남기고 사망한 자국 무슬림 시민의 유산 분쟁에서 유언 대신에 이슬람 율법을 적용한 그리스를 비판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위치한 ECHR은 아내에게 모든 유산을 넘긴다는 유언을 남기고 2008년 사망한 이슬람교를 믿는 그리스 남성과 관련된 유산 분쟁 재판에서 그리스가 민법 대신에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의 잣대를 들이댄 것은 이 남성에 대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20일(현지시간) 판결했다.
이 남성은 전 재산을 아내에게 남기겠다는 민법상 유언을 남겼으나, 이 남성의 여동생들은 샤리아에 근거할 때 해당 유언은 효력이 없다고 맞섰고, 결국 유산의 4분의 3은 여동생들에게 돌아갔다.
ECHR은 "종교적 소수집단의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권리와 일상적인 법률의 혜택을 부정한 것은 차별적인 조치일 뿐 아니라 소수자 보호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스 법무부는 ECHR의 이런 판결에 대해 "당시 판결은 예전 법에 따라 내려진 것으로, 현 정부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1차 대전 후 터키에서 독립한 그리스는 이후 소수 집단이 된 이슬람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1923년 채택된 로잔조약 등에 근거해 샤리아를 자국의 사법 체계에 편입했고, 유럽 국가 중 유일하게 자국 이슬람 소수 집단에 샤리아 준수를 강요할 수 있는 나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지난 1월에 이뤄진 법률 개정으로 그리스에서도 현재는 당사자의 동의가 있을 때에만 샤리아를 적용할 수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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