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 피 잊지 않는다" 공언한 트럼프 석달만에 '배신'

입력 2018-12-23 06:10  

"쿠르드 피 잊지 않는다" 공언한 트럼프 석달만에 '배신'
유엔 기자회견서 "쿠르드인 수만명 IS와 싸우다 죽었다" 답변
"美, 발표 당일에야 철수 결정 통보"…"쿠르드 등에 칼 꽂아"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미국의 갑작스러운 시리아 철군 결정은 미군을 등에 업고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수행한 시리아 쿠르드에게 '배신'으로 여겨진다.
쿠르드 민병대뿐만 아니라 서방과 이스라엘의 주요 매체도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을 쿠르드 세력에 대한 배신으로 표현했다.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는 시리아 IS 격퇴전 지상군 부대 '시리아민주군'(SDF)의 주축이다.
시리아에 주둔한 미군 2천명은 SDF에 훈련·무장과 공습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실제 지상 전투는 SDF의 몫이었고, 수많은 쿠르드 젊은이들이 IS를 상대로 한 싸움에서 목숨을 잃었다.
올해 9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쿠르드의 희생을 잊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쿠르드를 돕고 싶다. 그들은 우리와 같이 싸웠다. 그들은 우리와 같이 죽었다. 수만 명 쿠르드인이 IS와 싸우다 목숨을 잃었다. 그들은 우리를 위해서, 우리와 함께, 또 그들 자신을 위해서 죽었다. 위대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 희생을) 잊지 않았고,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 세계로 방송된 트럼프 대통령의 당시 답변은 쿠르드 부대원의 사기를 크게 진작했다.
그로부터 석 달 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과 상의도 없이 시리아 철군을 결정, 시리아 쿠르드를 터키군, IS, 시리아 중앙정부의 위협 사이에 고립시켰다.
미국은 발표 당일에야 SDF 수뇌부에 철군 사실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 동부 IS 격퇴전에서 싸우고 있는 SDF 지휘관과 병사들은 미국이 '등 뒤에서 칼을 꽂았다'고 울분을 토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화 통화에서 IS 소탕을 터키에 요청한 후 철군을 결정했다.
미국의 철군 발표 이틀 후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군이 떠난 후 시리아에서 IS 격퇴전을 넘겨받을 뿐만 아니라 유프라테스 동쪽 YPG도 소탕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21일 언론 인터뷰에서 "아군(미군)을 공격할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군사행동을 연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몇 달 후 미군 철수작전이 완료되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서 둘째로 큰 터키군의 공격 아래 놓일 위기에 몰린 시리아 쿠르드는 떠나는 미국 대신 프랑스의 지원을 타진하는 모습이다.
시리아 북부에는 라파르주(라파르즈) 등 프랑스 기업 자산이 있으며, 프랑스 특수부대원이 100명 이상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SDF가 구금한 IS 조직원과 가족 약 3천명 중 수백명이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 국적자다.
그러나 프랑스가 나토 동맹인 터키의 군사행동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시리아 쿠르드 지도부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SDF의 헌신을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리아 쿠르드 반(半)자치기구 고위 인사 알다르 칼릴은 22일(다마스쿠스 현지시간) "미국이 시리아를 떠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국제적 차원의 해법이라도 추진할 수 있다"면서 "터키의 공격을 막아주는 것은 그들의 책무"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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