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정밀 감식 결과 나오면 처벌 대상 가려질 듯
"연통 이음매 언제·왜 어긋났나"…풀리지 않은 의문이자 수사 핵심
(강릉=연합뉴스) 이해용 이재현 기자 = 강릉 아라레이크 펜션 참사는 가스 설비 부실 시공·점검, 관리 소홀 등 총체적 부실이 결합한 인재라는 것이 경찰 수사 등을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수능을 마친 고3생 10명이 사상한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가스보일러 배기가스 누출과 관련해 부실 시공, 부실 점검, 관리 소홀 등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펜션사고 이후 계속된 관련자에 대한 참고인 소환조사도 상당히 진척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식 결과까지 나오면 처벌 대상도 가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 속속 드러나는 부실…보일러 설치 여부도 모른 채 '적합' 판정
문제의 가스보일러는 '콘덴싱 가스 온수 보일러'로, 2014년 4월 당시 펜션 건물주가 인터넷에서 구매해 무자격자인 보일러 시공업자에 설치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당 펜션의 LPG 용기(50㎏×2개)와 배관은 액화석유가스(LPG) 공급업자가 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LPG 용기와 배관은 LP가스 공급업자가, 가스보일러는 무자격 시공업체가 각각 설치했다.
문제는 설치 비용을 아끼기 위해 무자격자가 시공하다 보니 보일러 본체와 배기관의 이음매가 고무마개(오링)와 내열 실리콘 등으로 마감 처리하지 않아 부실 시공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경찰은 사고가 난 201호 객실뿐 아니라 해당 펜션의 나머지 객실 보일러도 같은 무자격자가 시공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201호 객실 보일러의 기종만 다른 이유를 조사 중이다.
가스 설비 완공 검사와 점검도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해당 보일러는 노란색 스티커 형태의 '시공표지판'에 시공자 명칭이나 상호, 시공자 등록번호 등 시공 정보가 전혀 표기돼 있지 않았다.
이음매의 내연 실리콘 처리 흔적도 없고 보일러 시공 정보도 없어 무자격자가 시공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어찌 된 일인지 2014년 4월 14일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실시한 완성검사에서는 '적합' 판정을 받았다.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상 가스보일러 등 가스 설비를 시공할 때는 가스안전공사로부터 완성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완성검사 때는 '용기-배관-연소기(보일러)'를 모두 확인한 뒤 적합 여부를 판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펜션의 가스 시설을 점검한 가스안전공사 측은 용기와 배관까지만 점검하고 보일러 설치 여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일러를 아예 보지 않고 외관만 점검했거나, 보일러는 아예 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적합 판정을 했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이든 부실 점검 의혹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 풀리지 않은 의문…"언제·왜 연통 어긋났나"
무엇보다 이 사건 수사의 핵심은 펜션 내 보일러 본체와 연통 이음매가 언제, 왜 어긋났는지다. 그러나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이 적지 않다.
이를 위해 경찰은 현재 펜션 운영자와 앞선 객실 투숙객 등을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사고가 난 펜션 201호 객실에는 지난 1일과 8일 내국인과 외국인 단체 투숙객이 차례로 묵었다.
펜션 운영자는 외국인들이 단체 투숙했을 때도 보일러를 가동했으나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경찰은 사건 펜션에 가스를 공급한 LP가스 공급업자가 연 1회 실시하도록 한 정기 점검을 규정대로 했는지도 수사 중이다.
LP가스 공급업자가 마지막으로 점검한 날이 언제인지, 점검 당시 이상이 없었는지는 이번 사건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LP가스 공급업체의 부실 점검이나 법규 위반 여부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사고 펜션 보일러실 외벽에 연결된 연통이 무엇인가에 막혀 연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채 불완전연소하면서 폭음과 함께 연통이 이탈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국과수의 정밀 분석이 진행 중이고, 사건 펜션과 동일한 조건에서 유사 실험을 수차례 하고 있다"며 "국과수 분석과 실험을 통해 도출된 과학적인 근거와 탐문 수사로 확인된 위법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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