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마하티르, 이번엔 교육개혁…"종교 줄이고 영어 늘려라"

입력 2018-12-23 14:03  

말레이 마하티르, 이번엔 교육개혁…"종교 줄이고 영어 늘려라"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동남아시아의 대표적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가 교육과정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 영어 교육을 강화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23일 말레이메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21일 저녁 모교인 술탄 압둘 하밋 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현재 국립학교들은 (사실상) 종교 학교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은 다들 종교로서의 이슬람에 대해서만 배우고 다른 것을 익히지 않는다. 졸업자들은 취업에 유용한 과목에는 정통하지 못하지만 이슬람 신학에는 매우 밝다"고 말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덕분에 훌륭한 이슬람 신학자들이 다수 배출됐지만 "이슬람 신학자들이 너무 많으면 그들은 언제나 서로 이념을 달리하고 추종자들을 그릇된 길로 인도하며 언쟁을 벌인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이런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슬람 관련 교육시간을 줄이고 영어 등 외국어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말레이시아가 진보하려면 국민이 (이슬람 경전인) 쿠란만 낭송할 게 아니라 외국어를 배우는 등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면서 "특히 영어는 세계 보편의 언어인 만큼 지식을 얻으려면 반드시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말레이계가 주로 다니는 국립학교 교육과정의 개편은 말레이계의 자립을 돕기 위한 조치의 성격도 함께 갖고 있다.
1957년 영국에서 독립한 말레이시아는 사회적 약자 보호 정책의 하나로 말레이계에 대입정원 할당과 정부 조달 계약상 혜택 등 특혜를 줬다.
이런 정책은 빈곤에 허덕이던 말레이계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극적으로 향상했으나, 민족 간 격차가 완화된 뒤에도 계속 유지돼 말레이계의 자립의지를 꺾는 동시에 중국계(20.8%)와 인도계(6.2%)를 지나치게 차별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올해 5월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한 여당 연합 '희망연대'(PH)는 '부미푸트라'로 불리는 이런 정책이 국가경쟁력을 저해한다면서 이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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