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회담·800만불 대북 인도 지원은 해 넘길 듯
김정은 위원장 신년 대남메시지에 긍정 영향 줄 듯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올해가 열흘도 남지 않았지만, 남북교류는 여느 때보다 속도를 내고 있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과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 대북 지원 사업 등이 미국의 지지를 확보해 제재 우려가 해소되면서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23일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 준비를 위한 선발대를 북측에 하루 일정으로 파견했다. 북측과 참석자 및 세부일정 협의 등 실무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선발대는 24일 이후에도 방북해 며칠 남지 않은 착공식 준비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앞서 남북은 착공식을 양측에서 각각 약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는 26일 북측 지역에 있는 개성 판문역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착공식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남측 참석자들이 열차로 판문역까지 방북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남측에선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북측에선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장혁 철도상 등 남북관계와 철도 업무를 맡는 장관급 인사들의 참석이 거론된다.
남북 정상의 참석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북측에서는 대외 경제협력 분야를 담당하는 리룡남 내각 부총리의 참석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착공식을 앞두고 동해선 도로 북측 구간에 대한 현장점검도 진행됐다.
지난 21일 방북한 남측 실무자 10여명은 사흘간 고성∼원산 도로 약 100㎞ 구간을 점검한 뒤 이날 귀환했으며, 24일 다시 방북해 경의선 개성지역 도로 4㎞ 구간도 살펴본다.
남북은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가운데 유일하게 동해선 도로에 대해서만 공동조사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촉박한 일정을 고려해 공동조사 대신 조사 장비 없이 현장점검을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와 신속진단키트를 전달하기 위해 이르면 이번 주 북측에 관련 계획을 통지할 예정이다.
지난 12일 보건의료 실무회의에서 북측과 치료제 지원 등 협력 방안을 논의한 정부는 계획 통지 후 북측과 실무협의를 거쳐 제공 절차에 들어간다.
착공식과 타미플루 대북 지원 사업에 속도가 붙게 된 건 한미가 지난 21일 열린 워킹그룹 2차 회의를 통해 여기에 필요한 물자와 장비에 대한 제재 예외 적용을 합의하면서부터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당시 회의를 가진 직후 취재진에 "착공식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게 됐다. 북한 동포에 대한 타미플루 제공도 해결됐다"고 발표했다.
다만, 남북이 지난달 개최키로 합의했던 적십자회담은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회담 의제인 면회소 복구, 화상 상봉, 영상편지 교환 등의 사안에 대해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이 이뤄진 상태에서 적십자회담을 연다는 구상으로 알려졌지만, 남북 협의와 맞물려 돌아가는 한미 간 협의에서 조율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한미 워킹그룹 회의 직후 "나머지 (이산가족) 화상 상봉 등 여러 이슈를 모두 다 이야기했다"면서 "잔잔한 문제들이 좀 남아 있는 것에 대해서는 다음 해의 협의를 통해 계속 해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 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 집행도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새해를 앞두고 남북간 교류가 미국의 지지를 받아 속도를 내면서 내달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내놓을 대남메시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19일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앞으로 큰 나라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국제정세가 격랑 속에 흔들린다고 해도 판문점을 기점으로 하는 새로운 역사의 흐름이 역전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말 남북교류가 속도를 내며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의 속도를 강조하는 긍정적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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