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올해의 음악가' 무대…바흐부터 시마노프스키까지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저는 20~21세기 작곡가들이 특별히 고전·낭만시대 작곡가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악보를 탐구하고 작곡가가 남긴 코멘트를 고민해 그가 말하고자 한 바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서울시향 '2019 올해의 음악가'로 선정된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52)는 바로크부터 현대에 이르는 광범위한 레퍼토리로 유명하다.
연주와 감상이 모두 까다롭기로 유명한 쇤베르크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센세이셔널한 데뷔 무대를 가졌고,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을 세 차례나 녹음했다.
매년 특정 아티스트 음악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서울시향 '올해의 음악가' 제도가 탐낼만한 연주자가 아닐 수 없다.
내년 1월 서울시향과 협연을 앞두고 23일 서면으로 미리 만난 그는 "바흐와 베토벤, 시마노프스키, 드보르자크, 수크 등 매우 다양한 음악을 들려드리게 돼 무척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테츨라프는 서울시향 '올해의 음악가'로서 내년 1월과 9월 두 차례 내한해 총 6회 공연을 펼치는데, 서울시향과의 조율 과정을 거쳐 다채로운 곡을 선정했다.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부터 베토벤 바이올린 바이올린 협주곡, 프랑크 소나타, 수크의 피아노 오중주 등에 이르기까지 바로크와 고전, 낭만과 모던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이 구성됐다.
당장 내년 1월 5~6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첫 번째 무대에서는 폴란드 작곡가 시마노프스키(1882~1937)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그는 "천재가 작곡한 아름답고 경이로운 곡"이라며 "다른 작품들과는 확연히 다른 색깔로 활기와 관능미가 넘친다"고 평했다.
이어 "아마 이 곡이 아직 클래식계 주류에서 주목받지 못한 이유는 바이올리니스트가 제대로 연주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연주자들이 연주에 심취해 이 곡을 너무 느리게 연주하는 경향이 있지만 춤곡 분위기와 가벼운 파스텔톤 소리를 발견해 연주한다면 이 곡이 얼마나 매혹적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다른 연주자들은 해석과 연주에 난항을 겪는 근현대곡도 그의 손을 거치면 '음악'으로 재탄생하는 일이 많다. 이런 이유로 콩쿠르 우승자나 신동 출신이 아님에도 30여년간 세계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한다. 그의 쇤베르크 데뷔 무대에 대해 한 평론가는 "쇤베르크 불협화음 주제를 마치 차이콥스키 선율처럼 연주했다"고 평하기도 했다.
테츨라프는 어려운 음악을 해석하는 비결로 "작곡가가 말하고자 한 바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나면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며 "연주는 바로 그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근현대곡뿐 아니라 바흐나 베토벤 같은 바로크·고전 음악에서도 기복 없이 훌륭한 연주를 들려준다. 특히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은 무려 세 번에 걸쳐 녹음했을 정도로 그의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다.
그는 협연 무대를 마친 1월 7일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서울시향 단원들과 함께하는 실내악 무대에 오르는데, 이날 프로그램에는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과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이 포함됐다.
그는 바흐 작품에 대해 "내 연주의 중심이자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라며 "이 곡들을 40년간 연주하다 보니 이 곡과 함께 이야기하고 걷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의 음악가' 제도를 통해 만나게 될 서울시향 및 한국 관객들에 대해서도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
"시모노프스키 협주곡이나 수크의 실내악 등은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레퍼토리가 아니라 더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서울시향 단원들과도 실내악 연주를 통해 굉장히 가까워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한국 문화도 많이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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