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대학시절 떠올리며 "입큰 개구리", "모범생"…징계입문 후 행보 '극과 극'
나경원 "조국 사퇴" vs 조국 "맞으며 가겠다"…정면대결 양상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대학 동기로 인연을 맺은 조국(53) 청와대 민정수석과 나경원(55)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6년이 흐른 뒤 '외나무다리'에서 맞닥뜨리게 됐다.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의 폭로로 촉발된 '민간사찰 의혹 논란'이 점차 거세지며, 나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 야권은 일련의 의혹에 대해 조 수석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에 청와대와 여당은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며 조 수석에 대해 적극적으로 방어막을 치면서, 정치권에서는 이번 논란이 '조국 대 나경원'의 구도로 흐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 수석과 나 원내대표는 1982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조 수석은 2011년 발간된 대담집 '진보집권플랜'에서 나 원내대표에 대해 "대학 시절 사회 문제에 관심이 없는 모범생이었다", "노트 필기를 잘 해서 가끔 빌려 쓰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반대로 나 원내대표는 2012년 TV에 출연해 조 수석에 대해 "동기들보다 나이가 어리고, 굉장히 귀여운 동생을 보듯이 봤다"며 "대학교 때 별명이 '입 큰 개구리'였다. 저희가 무슨 주제로 얘기를 하든 (조 수석이) 나타나서 앉자마자 본인의 얘기를 한 다음 인사하고 가더라"라고 회고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조 수석과 나 원내대표는 '극과 극' 행보를 보였다.
조 수석은 학계에 남아 일하며 대법원 양형제도 연구위원회 위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법무부 검찰인권평가위원회 위원,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등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에 두루 참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맡았을 때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혁신위원으로 활동하며 정치권 활동을 본격화했고, 결국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초대 민정수석으로 낙점됐다.
나 원내대표는 1992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부산지법 판사 등 법조인의 길을 걷다 2002년 대선 당시 법조계 대선배인 이회창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대선후보 특보로 정계에 입문했다.
현재는 한국당의 여성 최다선(4선) 의원이자 보수진영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로, 탄탄한 정치 행보를 걸어온 엘리트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조 수석과 나 원내대표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간접적으로 충돌한 적도 있다.
나 원내대표는 당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조 수석은 상대 진영 후보인 박원순 현 서울시장의 멘토단으로 활동했다.
나 원내대표는 2012년 TV 출연에서 조 수석이 박 시장을 도운 것이 섭섭하지 않았냐는 질문이 나오자 "선거 과정에서 생각이 다르니 그러지 않았겠나"라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이번 특감반 논란의 경우 나 원내대표가 직접 조 수석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동기 사이의 신경전'이라고 표현하기에는 그 파장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한국당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를 가진 뒤 브리핑에서 "임 비서실장과 조 민정수석이 참석하는 운영위를 소집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특히 모든 책임을 지고 조 수석이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반면 조 수석은 이날 자신이 지난해 민정수석직을 맡으며 내놓은 수락사 중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겠지만 맞으며 가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담은 사진으로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교체, 야권의 공세 속에서도 사법개혁에 고삐를 죄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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