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황금돼지해] ③돼지 닮은 마산 돝섬 관광명소 부활 꿈꾼다

입력 2018-12-27 06:19  

[2019 황금돼지해] ③돼지 닮은 마산 돝섬 관광명소 부활 꿈꾼다
창원시 '복 듬뿍 돼지섬' 홍보 강화…입구에 황금돼지상 '우뚝'
1980∼1990년대 인기 높았다 시들…최치원·금빛 도야지 설화 전해져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김동민 기자 = 새해 2019년은 기해년(己亥年)이다.
명리학에서 '기'(己)는 누런색인 '황'(黃)을 상징하고 '해'(亥)는 돼지를 일컫는다.
내년은 1959년에 이어 60년 만에 돌아오는 황금돼지해다.
돼지와 얽힌 지명을 가진 곳은 전국에 많다.
그 중에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속한 작은 섬 돝섬이야말로 황금돼지해에 딱 어울리는 곳이다.
'돝'은 돼지를 뜻하는 옛말이다.
신라 시대 대문장가 최치원이 관직을 버리고 은거했다는 곳이 돝섬 일대다.
그래선지 돝섬에는 최치원과 금빛 도야지(돼지의 사투리) 설화가 전해진다.



◇ "최치원이 활을 쏘자 도야지 우는 소리와 괴이한 광채가 사라졌다"
'김해 가락 왕 시대, 왕이 총애하는 후궁 미희가 있었다.
어느 날 고향을 그리워하던 미희가 홀연히 사라졌다.
낙담한 왕은 미희를 찾으려고 사방에 사람을 보냈다.
한 어부가 골포(창원시 마산합포구 옛 이름) 앞바다 조그만 섬에서 절세미녀를 보았다고 왕에게 고했다.
왕은 급히 신하를 보냈고, 신하는 섬에서 배회하던 미희를 발견하고 환궁을 재촉했다.
그러자 미희는 금빛 도야지로 변해 두척산(무학산의 옛 이름) 큰 바위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금빛 도야지가 백성을 괴롭히는 일이 잦자 군사들이 두척산을 포위했다.



군사들에 쫓긴 금빛 도야지가 두척산 바위 밑으로 굴러떨어지는 순간, 한 줄기 이상한 기운이 미희가 배회하던 섬으로 뻗어 사라지고 섬은 돼지가 누운 형상으로 변했다.
그 후 밤마다 섬에서 도야지 우는 소리와 함께 괴이한 광채가 일기 시작했다.
마침 골포에 은거하던 최치원이 어느 날 그 소리를 듣고 활을 쏘자 광채가 사라졌다.
이튿날 최치원이 섬에 건너가 화살이 꽂힌 곳에 제를 올린 뒤로는 괴이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돼지가 누운 형상으로 변했다는 그 섬이 바로 돝섬이다.
이 전설은 마산문화원이 2012년 펴낸 최치원 설화집 '최치원이 남기고 간 이야기'에 실려 있다.
마산문화원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전국 방방곡곡에 남은 설화를 집대성한 '한국구비문학대계'(韓國口碑文學大系)에 미처 담지 못한 지역 구전을 모아 최치원 설화집을 펴냈다.



김영주 마산문화원장은 "한국구비문학대계에는 최치원이 돼지, 심지어 금돼지 자손이라는 설화까지 실려 있다"며 "우리 고장에서는 언제 만들어졌는지 알기 어렵지만, 말에서 말로 유구한 시간에 걸쳐 이런 설화가 전해내려온다"고 설명했다.

◇ 창원시 '복을 주는 황금돼지섬' 홍보마케팅…관광객 유치 '기대'
돝섬은 마산항에서 유람선을 타면 10분 만에 도착한다.
섬 둘레가 1.5㎞ 밖에 안돼 느린 걸음으로도 30∼40분이면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다.
창원시와 통합한 옛 마산시는 금빛 도야지 설화를 알리기 위해 유람선이 도착하는 돝섬 입구에 황금돼지상을 세웠다.
황금돼지상이 정확하게 언제 건립됐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2003년 남해안을 강타한 태풍 '매미' 때 돝섬도 큰 피해가 났지만, 이 황금돼지상은 무사했다.
60년 만에 찾아온다는 황금돼지해를 맞아 창원시는 돝섬 방문객이 늘어날 기대에 부풀어 있다.
금빛 도야지 전설과 함께 '복을 주는 황금돼지섬' 돝섬을 전국에 널리 알려 관광객을 유치하기로 했다.



돝섬은 쇠락한 유원지의 전형이었다.
1980∼1990년대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동물원과 각종 놀이시설을 갖춘 해상 유원지로 인기가 높았다.
특히 뱃길로 오가는 유원지로는 유일해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동물 숫자가 줄어들고, 제대로 투자되지 않으면서 2000년대 이후 관광객이 크게 줄었고 2009년 12월 아예 문을 닫았다.
이후 돝섬에 투자하려는 민간업체가 거의 없었다.
창원시는 고민 끝에 돝섬을 직영하기로 결정했다.



시는 이곳을 힐링 공간으로 개발하고 2011년 4월 돝섬을 재개장했다.
시는 녹슬고 낡은 놀이시설과 동물원 시설을 모두 철거했다.
그 자리에 개화 시기가 다른 화초를 수십만 포기 이상 심어 관광객들이 사시사철 꽃을 볼 수 있도록 했다.
해안선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빙 둘러볼 수 있는 산책길도 만들었다.
전망이 좋은 곳에 조각품을 설치하고 잔디광장, 휴게용 데크를 곳곳에 설치했다.



창원시는 내년에 황금돼지상을 내세워 관광마케팅을 펼치기로 했다.
돝섬에 귀여운 돼지 캐릭터 조형물을 만들어 내년 1월부터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한다.
또 새해 희망과 포부 등을 적어 붙일 수 있는 소망 탑을 세우기로 했다.
한국여행사연합회와는 금빛 도야지 전설을 활용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홍보마케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협약했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황금돼지해'인 2019년은 돝섬을 전국적으로 알릴 절호의 기회다"며 "돝섬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seam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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