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시위대와 연대 무기한 파업…로이터 "사망자 최소 12명"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정부의 빵 가격 인상 정책으로 촉발된 수단의 민중 시위가 닷새째 이어지고 있다. 시위가 연일 격렬한 양상을 띠는 가운데 정부가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사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23일(현지시간) AFP·로이터·DPA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일요일인 이날 수단 수도 카르툼과 인접한 옴두르만의 축구 경기장에서 경기를 보고 나온 시민 수백명이 운집해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사람들은 정권의 몰락을 원한다", "자유! 자유!"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에 맞서 폭동 진압복을 착용한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의 해산을 시도했다.
카르툼에서 남서쪽으로 200㎞ 떨어진 음라와바에서도 시위대 600여명이 '정권 타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거리에서 타이어와 나뭇가지를 불태우고 기습적으로 정부 건물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온 아트바라에서도 수백명 규모의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가 연일 계속되면서 수단 정부는 경계의 강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카르툼 주변에는 폭동 진압 경찰이 배치됐고 다른 일부 지역에는 국가비상사태와 통행금지령이 선포됐다.
이런 가운데 수단의 의사협회는 시위대와 연대해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다고 DPA 통신이 전했다. 의사들은 24일부터 응급 상황을 제외한 업무에서 손을 뗄 예정이다. 협회 측은 정부가 시민들을 향해 실탄을 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협회는 성명에서 "양심을 가진 사람의 도덕적 의무는 폭력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병원에서 우리는 거리에서 비무장한 사람들을 살해하는 데 어떤 식으로 실탄이 사용됐는지 우리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첫 시위가 진행된 지난 19일 이후 최소 8∼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로이터는 정부 관계자와 목격자 말을 인용해 사망자가 최소 12명이라면서도 정확한 사망자 숫자는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번 시위는 수단 정부가 빵 가격을 1수단파운드(약 23원)에서 3수단파운드로 올리기로 한데서 촉발됐다.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는 가운데 주식인 빵 가격까지 손을 대자 서민들이 '못 살겠다'며 거리로 나선 것이다.
국가 경제의 대부분을 석유에 의존해온 수단은 2011년 남수단이 독립돼 떨어나가면서 석유매장량의 4분의 3을 잃은 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70% 가까이 뛰고 수단 파운드화 가치는 폭락하는 가운데 식량 부족 사태도 심각하다.
수단에서는 올 1월에도 식품 가격 인상에 항의해 민중 시위가 발생했으나 야당 지도자의 체포 등으로 이어지면서 곧바로 진압됐다.
일각에선 1989년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이래 30년째 장기 집권 중인 오마르 알 바시르 정권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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