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로 레스토랑 연 청년 셰프…4년 만에 매장만 6개

입력 2018-12-26 06:00  

대출로 레스토랑 연 청년 셰프…4년 만에 매장만 6개
문진현 셰프공간 컴퍼니 대표, 청년창업 신화 주인공



(대전=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15살 소년의 꿈은 요리사였다.
맞벌이하는 부모님 때문에 늘 혼자였던 소년은 엄마가 해 준 것처럼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15년이 지난 지금 소년은 레스토랑 6곳을 운영하는 셰프 겸 청년 사업가로 성장했다.
아르바이트생을 포함한 직원만 60여명, 월 매출이 3억원을 넘는다.
성공 신화의 주인공은 문진현(31) 셰프공간 컴퍼니 대표다.
그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개발하고 싶은 마음에 요리를 배울 수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려 했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갔지만, 요리사를 향한 꿈을 버리지 못하고 1년 만에 자퇴했다.
광주광역시의 한 특성화고등학교 조리과학과에 입학해 1년 후배들과 학교에 다녔고, 2008년 우송대 외식조리학부에 입학했다.
대학 생활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국내외 각종 요리경연대회에 참여하며 한식의 세계화, 한식과 양식의 조화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선·후배 및 교수들과 밤을 새워가며 세계인들의 입맛을 공략할 레시피를 연구했다.
대학을 졸업한 청년 셰프는 2014년 테이블 7개 규모의 퓨전 한식 레스토랑 '이태리 국시'를 열었다.
한식 재료를 이용해 파스타, 피자, 리소토 등 이탈리아 요리를 만드는 레스토랑이다.
초기 창업에 들어간 비용은 임대료와 시설비 등을 합해 모두 8천만원.
3천만원은 신용보증재단으로부터 대출을 받았고, 나머지 5천만원은 아들이 요리사가 되는 것을 그토록 반대하던 아버지가 빌려줬다.
매장 규모와 메뉴는 물론 예상 매출과 대출 상환 계획 등을 꼼꼼하게 분석한 사업계획서를 들고 아버지를 설득한 게 주효했다.
하지만 요리만 했던 젊은 쉐프에게 창업은 만만치 않았다.
음식 맛이 좋으면 고객은 저절로 찾아올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판이었다.
식당 문을 연 뒤 몇 달 동안은 말 그대로 파리만 날렸다.
인건비는커녕 식당 월세를 내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세계적인 요리대회에서 수차례 수상한 청년 셰프가 만든 음식은 이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젓가락으로 먹는 파스타라는 발상의 전환과 함께 문 대표 특유의 요리해설에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한 홍보 마케팅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주력 메뉴인 삼겹살 피자와 곱창 파스타는 2030 젊은 여성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태리 국시는 원자재 가격 및 최저임금 상승 등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부터 음식 가격을 15%가량 내렸다.
엄격한 재고 관리와 함께 마늘·양파 등 주요 품목을 직거래함으로써 원자재 가격을 낮췄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태리 국시를 찾는 고객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3월에는 충북 청주에 2호점을 오픈하기도 했다.
여기에 퓨전 한식 레스토랑 '반갱'과 삼겹살 전문점 'Y 대패'에 이어 최근 국밥 전문점 '백그릇 국밥' 등도 잇따라 문을 열었다.
문 대표가 운영하는 식당만 모두 6개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메뉴들은 모두 문 대표가 직접 개발했다.
모든 식당의 음식을 자신이 직접 요리할 수 없는 만큼 모교인 우송대 외식조리학부 후배들에게 식당 셰프를 맡겼다.
그는 6개 식당에서 활동하는 매니저와 셰프 등 정규직 직원만 18명, 아르바이트생까지 포함하면 60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린 사업가로 변신했다.
지난해에는 외식 전문브랜드 이태리 국시, 반갱, 백그릇 국밥, 연어마켓, 파스타 반점, 요리하는 대패 등 브랜드를 총괄하는 셰프공간 컴퍼니를 설립했다.
레스토랑 셰프를 넘어 창업, 컨설팅, 메뉴 개발 등을 하는 외식 산업 전문업체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다.
요리에 대한 그의 철학은 좋은 재료, 청결 위생, 최고 대우로 요약된다.
매장에서 만드는 모든 음식은 좋은 재료로 직접 만들고,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위생상태를 유지하며 동료를 가족처럼 소중하게 최고로 대우하겠다는 것이다.문 대표의 목표는 '한식 전문학교'를 설립하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외식 산업 활성화를 이끈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저의 롤 모델"이라며 "백 대표를 넘어서는 외식사업가가 돼 한식의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는 한식 전문학교를 설립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j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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