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 몇 번 봤니?…"난 50번"

입력 2018-12-25 08:00  

'보헤미안 랩소디' 몇 번 봤니?…"난 50번"
재관람의 힘…신작 공세에도 건재한 '보랩' 열풍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30년 영화 인생에 이런 흥행 추이는 처음 봅니다."
개봉한 지 두 달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건재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두고 한 중견 제작자가 한 말이다. 영화계에선 "기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보헤미안 랩소디'는 24일 기준 누적 관객 862만명을 기록했다. 특히 신작 '스윙키즈'를 제치고 '아쿠아맨'(1위), '마약왕'(2위)에 이어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스크린 수는 784개로, '스윙키즈'(831개)보다 적지만 더 많은 관객을 모았다. 지금 추세라면 연말까지 900만명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보고 또 보고…재관람률 9.3%
장기 흥행 동력은 'N차 관람'(반복 관람)이다.
CGV리서치센터가 개봉일인 지난 10월31일부터 12월 23일까지 관객 분석을 한 결과, 재관람률은 9.3%에 달했다. 총 관객 850만명(23일 기준) 중 약 79만명은 두 번 이상 봤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다른 작품을 포함한 평균 재관람률 3.6%보다 배 이상 높다.
역대 850만∼900만명을 동원한 작품들의 재관람률은 '수상한 그녀'(2014)가 5.5%,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4.1%,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2016) 5.2% 등이다. 강력한 팬덤이 있는 방탄소년단 다큐멘터리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10.5%)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비슷한 관객 수를 모은 작품 사이에선 단연 으뜸이다.
이 작품을 50회 이상 봤다는 관객도 무려 8명에 달한다. 개봉 후 거의 매일 극장을 찾았다는 얘기다. 30∼49회 관람한 관객도 60명으로 집계됐다.
CGV 관계자는 "관객들이 싱어롱관, 사운드 특화관, 스크린X 등 다양한 상영관에서 영화를 다시 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영화예매 사이트 맥스무비 게시판에는 "영화를 17번 봐도 지겹지 않았다", "10번 중 8번을 싱어롱으로 관람했다" 등의 재관람 평이 쇄도한다.

◇ '퀸알못'도 떼창…전 세대 아우르는 영화의 힘
관객을 재관람으로 이끈 것은 퀸의 노래와 이야기의 힘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한국인이 선호하는 샤우트 창법의 정점인 프레디 머큐리의 가창력과 퀸의 폭발적 콘서트 현장, 프레디 머큐리의 삶과 죽음에 내포된 드라마틱함이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유색인종이자 양성애자였던 프레디 머큐리의 소수성이 안겨주는 아련함도 관객의 마음을 흔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영화 관객층은 전 세대를 아우른다. 퀸 음악을 듣고 자란 세대뿐만 아니라 '퀸알못'(퀸을 알지 못하는 사람)도 떼창에 합류할 정도다. CGV 관객층을 보면 20대 비중이 31.6%로 가장 높았고, 30대 26.0%, 40대 24.9%, 50대 이상 13.7%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보헤미안 랩소디' 홍보사 '영화인'의 박주석 실장은 "소수자, 비주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노래한 퀸의 정신이나 위로가 2018년 젊은 관객에게도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과함께' 시리즈를 만든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처스 대표는 "영화의 복고적 감성이 그간 영화나 문화에 소외된 중장년층 향수를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
노래를 따라부르는 싱어롱관 등을 활용한 '맞춤형' 마케팅도 한몫했다. 단발성 이벤트로 기획한 싱어롱관은 계속된 인기에 힘입어 장기 운영 중이다. 스크린X 싱어롱관 객석률은 56.3%로, 일반관 스크린X(32.4%)보다 훨씬 높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비수기 극장가 풍경도 바꿔놨다.
11월 전체 관객 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399만명(30.3%) 증가한 1천715만명을 기록했다. 11월 관객 수로는 역대 최대다. '보헤미안 랩소디'와 한국영화 '완벽한 타인'이 서로 밀고 끌어주며 쌍끌이 흥행에 성공한 덕분이다.
12월 들어서 성수기를 겨냥한 '텐트폴' 영화들이 예상외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 점도 '보랩 열풍'을 키웠다.
영화계 관계자는 "이제는 개봉 신작들의 영향을 받기보다 '보헤미안 랩소디'만의 길을 가는 것 같다"면서 "영화를 본 분들은 또 보고, 안 본 사람들은 대화에 소외되지 않기 위해, 혹은 궁금해서라도 영화를 관람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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