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아동병원 의료진, '의식하 개두실' 시술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의식이 깨어 있는 상태에서 노래를 부르며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미국의 10대 소녀가 무사히 회복하고 있다고 CBS방송의 제휴 지역방송인 KIRO TV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소녀가 받은 수술은, 환자의 의식이 깨어 있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의식하 개두술(awake craniotomy)'이다.
이 소녀가 굳이 이 수술을 선택한 것은, 뮤지컬 배우 지망생으로서 혹시라도 수술로 인해 자신의 음악성을 잃게 되지 않을까 걱정해서다.
주인공은 워싱턴주 린든에 거주하는 키라 아이아코네티(19) 양이다.
그녀는 여섯 살 때부터 무대 위에서 공연하며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웠다. 그런데 4년 전부터 노래를 하거나 음악을 들으려 할 때 무력감과 함께 이상한 증상을 겪었다.
그것은 노래를 하거나 들을 때 발작을 일으키는, 희귀한 종류의 간질이었다. MRI 검사에서도 장난감 구슬 크기의 종양이 오른쪽 측두엽에서 발견됐다.
시애틀 아동병원의 신경외과 전문의인 제이슨 하우프트먼 박사는 그녀를 진찰한 뒤 종양 제거 수술을 권했다.
그러면서 '의식하 개두술'을 하는 동안 계속 노래를 부르면 뇌의 어느 부위를 보호해야 하는지 자신이 알 수 있을 거라며 아이아코네티 양을 안심시켰다.
그녀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스스로 고른 미국 록밴드 위저(Weezer)의 '태양의 섬(Island in the Sun)'을 수술 도중 계속 불렀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3개월이 지난 현재 아이아코네티 양과 의료진 모두 수술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
하우프트먼 박사는 "(수술 중) 그녀는 무결점으로 노래를 했다. 정말로 일생에 남을 만한 노래였다"면서 "수술의 예후도 아주 좋은데, 앞으로 그녀의 삶은 훨씬 더 밝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아코네티 양은 "수술받으면서 노래를 한다는 게 웃기긴 했지만, 장차 내가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한번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녀는 아직 무대에 오르지 못했으나 상태는 호전되고 있다.
그녀는 "아직 내가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한 건 아니지만 다가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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