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선사들이 외국에서 부산항으로 들여온 빈 컨테이너들의 상태가 불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수송하는 트레일러 기사들이 청소나 수리를 떠맡아 시간을 허비하는 등 고통을 당하고 있다.
25일 부산항만공사와 부산해양수산청에 따르면 11월 한 달 동안 부산 신항 1~3부두에서 검역본부, 세관 등과 합동으로 빈 컨테이너 실태를 조사했다.
이 기간 3개 부두에서 국내 화주에게 반출한 7만8천111개 가운데 12%인 9천278개를 대상으로 내외부 상태와 외래 해충 유입 여부 등을 살폈다.
외국에서 들여온 5천478개 가운데 51%인 4천272개는 내부에 각종 쓰레기나 폐기물 등이 남아있거나 찌그러지고 녹이 스는 등 상태가 나빴다.
이런 컨테이너들은 대부분 수송 기사들이 청소 또는 수리를 해서 화주에게 가져갔다.
일부는 상태가 너무 나빠 다른 것으로 교체해야 했다.
8개 컨테이너에서는 거미, 구더기, 바퀴벌레와 같은 벌레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상태 불량 컨테이너 비율이 높다 보니 기사들은 적지 않은 시간을 청소나 수리 등에 허비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기사들이 화주에게 약속한 시간에 맞추기 위해 과속하거나 잠을 줄이며 운행하느라 사고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외국에서 어떤 화물을 담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기사들이 아무런 보호장구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 청소하기 때문에 건강을 해칠 우려도 있다.
선적 국가별 불량률을 보면 자메이카(70%), 캐나다(64%), 아랍에미리트(59%), 멕시코(55%), 미국(53%), 싱가포르(50%), 파나마(48%), 인도(46%), 러시아(41%), 일본(33%), 중국(33%) 등 순이었다.
국내 재유통 컨테이너의 불량률은 39%로 외국서 들여온 것보다 낮았다.
재유통 컨테이너는 국내 기업들이 수입품을 빼내고 반납한 것을 부두 야적장에 보관하다가 수출업체에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항만공사와 부산해수청은 어떤 국가의 어느 지역에서 주로 불량 컨테이너들이 유입되는지 등을 정밀 분석하고 외국 항만의 빈 컨테이너 처리 실태를 파악해 내년 2월까지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검역본부, 관세청 등 관계 기관과 조사결과를 공유하고 제도 개선 등을 위한 협의도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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