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사박물관 '우토로展' 찾은 강도자·강순악·아베 에리·전은휘
(인천=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30년간 강제퇴거의 불안에도 굴하지 않고 지켜온 우토로에 보금자리가 생겨 너무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겪었던 경험과 도움을 기록에 남겨 이곳을 차별의 상징에서 재일동포와 일본 사회가 공생하는 화합의 이정표가 되도록 힘쓰는 것이 남은 사명인 거 같습니다."
일본 교토부 우지시의 우토로 마을에서 나고 자란 강순악(79)·강도자(69) 자매는 24일 인천 이민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억할게 우토로 특별展'을 방문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역사를 잊지 않도록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토로 평화기념관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보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이같이 말했다.
우토로 마을은 일제 강점기였던 1941년 교토비행장 건설에 재일동포가 강제동원되면서 형성됐다. 무허가 마을로 서일본식산이 1989년 '건물수거토지명도'을 제기하면서 거주권을 잃을 위기에 처했고, 2004년에는 토지매입자가 강제철거를 추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주민들이 소송에도 지면서 삶의 터전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1989년 일본의 양심세력을 중심으로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이 결성됐고 이 소식이 한국에도 알려져 '우토로국제대책회의'가 만들어졌다.
이후 일본인과 한국 시민단체 등의 성금과 2007년 한국 정부의 지원금으로 토지를 매입했고, 주민 재입주 보장을 전제로 일본 정부의 재개발이 추진돼 올해 1기 시영주택이 완공돼 일부 주민이 입주했다.
두 자매는 이번 방한에 일본 시민단체인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 회원인 아베 에리(66)·전은휘(36)와 동행했다.
이들은 "재일동포는 일본에서 차별의 상징으로만 알려졌는데 그렇지 않다. 양심적이고 따듯한 이웃도 많다. 차별만 있다면 어떻게 견디겠나. 우토로는 한일 양국에서 양식 있는 일반인들의 도움으로 퇴거 위기를 극복한 아름다운 사례"라고 강조했다.
시영주택이다 보니 입주한 재일동포는 자녀와 동거하는 경우에만 입주권을 물려줄 수 있고 그렇지않으면 자신들이 사는 동안에만 혜택이 부여된다.
이들은 주민 대부분이 60대 중반서 70대 중반 사이라서 서둘러 기념관을 세워야 한다고 호소했다.
강 자매는 "우토로의 모든 것을 지켜본 산 증인으로서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그 역사를 알리는 데 앞장서는 게 지금까지 받은 도움을 갚는 길"이라며 "한국 관광객뿐만 아니라 재일동포 차세대와 일본인들에게 '차별 속에서 핀 희망'의 이야기를 힘닿는 데까지 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건축가이기도 한 아베 씨는 "12년 전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 활동을 하는 지인의 소개로 방문한 우토로에는 집 안에 화장실이 없어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볼일을 봐야 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며 "화장실 개선 작업을 도우면서 지금까지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인들이 다 우토로에 사는 재일동포를 싫어하거나 퇴거해야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 안타까운 사정을 잘 모른다. 나 역시도 근처에 살면서 지인이 말하기 전에는 몰랐고. 알고 난 뒤에는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오사카시립대에서 우토로 이야기로 박사 논문을 쓰고 있는 전 씨는 "우토로 주민들은 도움의 손길만 기다리지 않았고 정말 열심히 부지런히 살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에 해당하는 분들"이라며 "입주 후 첫 마을 잔치를 열었을 때 일본에서 우토로를 도와온 사람들에게 보낸 초청장이 1천장이 넘을 정도로 시민사회의 꾸준한 도움도 큰 힘이 됐다"고 소개했다.
지난 14일 정부는 대통령 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는 총 104개 핵심사업을 담은 종합계획을 확정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우토로 평화기념관 건립이 포함됐다.
이민사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을 둘러본 이들은 "재외동포 역사를 집대성해 놓은 박물관에서 우토로를 알리는 전시를 열어주어 너무 감사하다. 우토로 평화기념관이 어떻게 세워져야 할지 힌트를 얻은 느낌"이라며 "모국 정부가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에 기념관 건립을 포함해주어 더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이라고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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