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년사에 어떤 내용 담길까…대화기조 유지 전망

입력 2018-12-25 08:00   수정 2018-12-25 09:07

김정은 신년사에 어떤 내용 담길까…대화기조 유지 전망
北, 대미 자극 삼가며 "역사흐름 역전 없을 것" 강조
내부엔 김정은 2기 출범 맞아 자력갱생 강조하며 경제발전 호소할 듯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미 관계가 교착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의 내년 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통상 김정은 위원장은 새해 첫날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해 한해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특히 내년은 삐걱거리는 북미 비핵화 협상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대한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여 1주일 뒤 나올 김 위원장의 관련 메시지는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비핵화 협상의 교착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부터 이어진 한반도 정세 변화의 연장선에서 북미 관계와 비핵화 협상, 남북관계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천명할 것으로 예상한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19일 올해 결산 기사에서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결단했기 때문에 "앞으로 큰 나라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국제정세가 격랑 속에 흔들린다고 해도 판문점을 기점으로 하는 새로운 역사의 흐름이 역전되는 일은 없다"고 명시했다.



비핵화 협상의 소강 국면에서 지난달 2일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장 명의로 투정처럼 슬쩍 흘렸던 '핵·경제 병진 노선'의 부활을 다시 주워 담으며 2017년 같은 긴장 행위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남북 및 북미 간의 대화 분위기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도 이런 기조가 그대로 반영돼 미국의 제재강화와 인권 압박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신년사에서 미국을 향해 쏟아냈던 '핵 단추' 같은 강경 발언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미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삼가는 대신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의 합의 대로 북미 간 신뢰구축과 관계개선, 평화체제 구축에 나서라며 북미 비핵화 협상의 '단계적·동시행동원칙'을 강조하는 데 역점을 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이달 들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가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시금석'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조선신보는 "미국이 움직인 것만큼 조선도 움직인다는 비례의 법칙은 바뀌지 않는다"며 미국의 상응 조치가 없이는 움직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종일관 견지했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일방적인 핵 포기 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동시행동원칙을 강조하며 6·12 북미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새로운 제안을 하기보다는,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긴장 완화를 위한 남북 간 군사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남북관계가 꽉 막혀있던 작년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북측 대표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파견과 당국 간 만남을 직접 언급했지만, 내년의 남북관계는 북미 비핵화 협상의 진전 상황과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관심을 끄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역시 북미 비핵화 협상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데다 당사자가 직접 신년사를 통해 언급할 사안도 아니라는 점에서 '가까운 시일 내 서울 답방'을 명시한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강조하는 선에서 우회적인 의지 표명 정도가 예상된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대내 국정과제와 관련해 지난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선언한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과 4년 차에 접어둔 '국가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실현을 위해 총돌격전을 벌일 것을 주민들에게 강력히 호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외부의 경제제재에 맞서 자력갱생의 기치를 더욱 높이 들자며 이를 위해 패배주의와 '수입병'을 짓부수고 자체의 원료와 첨단 과학기술 개발, 교육발전에 힘쓸 것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 선거로 김정은 2기 정권이 출범하는 만큼 신년사에서 '국가제일주의'와 '일심단결'을 외치며 내부 결속을 언급할 가능성이 크다.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과 3차례의 남북 및 북·중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경제상황과 주민들의 생활난이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최근 북한이 '부정부패와 전쟁'을 선언한 만큼 이런 의지가 신년사에서 언급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내년은 김정은 2기 정권이 출범하고 5개년 전략 실행의 전년으로, 김정은 정권의 성패가 좌우되는 중요한 해"라며 "따라서 신년사에는 경제와 사회 분야에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의중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초안 작성은 노동당 선전선동부가 주관하며 약 3개월 전 도당 선전부와 군과 청년동맹 등 중요 기관 관계자들로 상무조(TF)를 만들어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발표 보름 전 상무조의 초안을 받아 직접 검토하는데 그 과정에 관련 기관 책임자에게 전화 문의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올 한해 정세를 주도해온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이나 내부를 총괄하는 최룡해 당 조직지도부장 등은 자리를 비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chs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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