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9월 남북정상회담 뒷얘기 공개…리설주 "사라질까봐 악수 안했잖아요"
알리, 靑 연락에 "보이스피싱인줄 알았다"…차범근·현정화·최현우 등 별도 모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챙피하다우. 그러지 말라우."
9월 평양에서 이뤄진 남북정상회담 당시 마술쇼를 보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향해 이같이 편한 말들을 하며 분위기를 띄웠다는 참석자의 전언이 나왔다.
청와대는 24일, 당시 평양에 동행한 특별수행원들이 뒷얘기를 풀어놓는 대담 동영상 '평양에서의 2박3일, 특별한 이야기'를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조우종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대담에는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최종건 평화군비통제비서관, 서호 통일정책비서관, 정혜승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과 함께 가수 알리, 마술사 최현우 등이 출연했다.
이 자리에서 최현우는 방북 첫날 목란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 마술쇼 당시의 일을 떠올렸다.
최현우가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는 분위기가 무거웠으나, 자신이 "안녕하세요. 저는 마술사, 북측에서는 요술사라고 합니다"라고 인사를 하자 헤드 테이블에서 박수가 나왔다고 한다.
특히 김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 여사가 "제가 낮에 이분을 만났는데, 악수를 하면 제가 사라질까봐 악수를 안했잖아요"라고 얘기해 한결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고 최현우는 전했다.
리 여사는 그날 낮 옥류 아동병원에서 최현우를 만나 '요술사'라는 소개를 듣고 "제가 없어지나요"라고 반문해 웃음을 끌어낸 바 있다.
본격적인 마술이 시작되고, 최현우는 김 부위원장에게 큐브를 건네며 섞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김 부위원장이 옷으로 큐브를 가리고서 몰래 섞으려 하니, 이를 보던 김 위원장이 "챙피하다우. 그러지 말라우"라고 소리를 쳤다고 최현우는 떠올렸다. 그 이후로는 분위기가 밝아져 관객들이 모두 박수를 치면서 마술쇼를 봤다고 한다.
한편 알리와 최현우는 처음 특별수행원 합류 연락을 받았을 때 당황했던 일화도 털어놨다.
최현우는 "숫자 7로 시작하는 이상한 번호로 전화가 오더라. 처음에는 (잘못 알아듣고) 택배 서비스인 줄 알았다"며 "(청와대에서) 마술에 '평화 메시지'를 담아달라고 하더라. 밤새도록 마술을 준비해 출발했다"고 했다.
알리는 "저는 전화를 받고서 보이스피싱인가라는 생각을 했다"며 웃었다.
최현우와 알리는 당시 방북했던 예술·체육인들이 '14호차 모임'이라는 별도의 모임을 갖고 있으며,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팀 감독 등도 여기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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