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故김용균 광화문분향소 자진철거 요청…노동계 반발

입력 2018-12-24 19:21   수정 2018-12-24 19:49

서울시 故김용균 광화문분향소 자진철거 요청…노동계 반발
대책위 "유족에 사과하라", 서울시 "무단 시설물에 대한 절차 안내일 뿐"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방현덕 기자 = 서울시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 광화문 분향소를 자진 철거해달라고 요청해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4일 서울시와 민주노총에 따르면 시는 이날 오후 민주노총 앞으로 '광화문광장 무단 시설물(故 김용균 분향소) 자진철거 요청'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서 시는 "귀 단체는 광화문광장을 무단 점유하고 시설물을 설치해 광장을 이용하는 시민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주변 미관을 해치고 있다"며 "무단 설치시설물의 자진철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광화문광장 무단 점유에 따른 변상금은 12월 17일부터 철거 시까지 부과될 것"이라며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83조 및 행정대집행법에 따라 행정대집행 등의 조치를 당할 수 있음을 알려드리니 꼭 유념해달라"고 했다.
분향소는 지난 17일 오후 광화문광장에 들어섰다. 광장을 이용하기 위해선 사용 예정일로부터 60∼7일 전까지 사용허가 신청서를 시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분향소는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는 서울시의 공문을 받은 직후 "전 국민적 추모 물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격렬한 반응을 내놨다.
대책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시의 공문은 박원순 시장이 분향소에 조문 와 밝힌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중적인 태도"라며 "진심으로 고인을 추모하고, 시장의 발언처럼 죽음의 외주화가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당장 자진철거 공문 발송을 철회하고 유족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박 시장이 조문 후 페이스북에 "이 참담한 죽음 앞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차마 입조차 떨어지지 않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다시는 '죽음의 외주화' 앞에 우리의 청춘들이 방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쓴 바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서울시 측은 자진철거 요청은 광장 무단 점유 시설물에 대한 일상적인 행정 절차에 불과하며, 앞서 구두로 같은 내용을 설명했음에도 대책위 측이 과도한 반응을 보인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광장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만큼 향후 절차를 안내하려는 취지에서 공문을 보낸 것"이라며 "대책위 말처럼 실제 강제철거 등을 염두에 뒀다면 특정일까지 자진철거를 요구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bangh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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