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정부·외교정책 경험 3無…국방부 불확실성의 시대 도래"
WP "섀너핸, 매티스와 마찬가지로 동맹은 중시"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의 조기 사퇴로 내년 초 출범하게 된 '섀너핸 대행체제'를 놓고 워싱턴 조야에서 우려의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후임 장관이 임명될 때까지 과도기에 '키'를 잡게 된 비(非)군인 출신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이 후폭풍이 거센 시리아 철군 문제를 비롯, 산적한 난제들을 풀어가면서 미 국방·안보 정책의 중심을 잡아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 가속으로 트럼프발(發) '안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 속에 동맹을 중시하던 매티스 장관의 '빈자리'로 인해 주한미군을 비롯한 한미동맹 등 한국 관련 정책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섀너핸 대행체제' 트윗 발표와 관련, "이번 조치는 국방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시리아 철군 결정을 가까스로 다뤄나가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불안정성을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WP는 섀너핸 대행에 대해 "매티스 장관과 달리 군 경험도, (지난해 합류하기 전까지) 정부에서 일해본 경험도, 외교정책에 대한 경험도 없다"고 '3무'(無)를 지적했다.
CNN방송도 "섀너핸 대행이 국방부에서 한 업무 영역도 예산, 내부 개혁, 우주군 등에 국한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다만 섀너핸 대행 역시 매티스 장관과 마찬가지로 해외 동맹 유지 및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고 WP는 보도했다.
이와 함께 섀너핸 대행이 지난해 군에 현존하는 집속탄(한 개의 탄 안에 수백 개의 소형폭탄이 들어가 있는 폭탄) 비축량을 없애겠다는 약속을 무산시킨 바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2008년 발효된 '집속탄금지협약'(Convention on Cluster Munitions)은 집속탄을 비인도적 살상 무기로 규정하고, 집속탄의 생산, 이전, 사용, 비축 등을 금지하고 있다. NYT는 "민간인 피해 우려로 인해 102국에서 금지돼온 집속탄 보유를 허용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그는 지난 10월 한 콘퍼런스에서 "북한이 가하는 위협"을 원인으로 꼽았다고 NYT는 전했다.
행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티스 장관의 공식 후임 인선을 위해 적임자를 광범위하게 물색할 것이며, 행정부 밖에 있는 외부 인사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고 WP는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대행체제 기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관련 정책을 총괄하게 된다.
대표적인 미 방산업체인 보잉 출신으로, 지난해 7월 의회 인준을 거쳐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한 섀너핸 대행은 상원 인준 청문회 당시 작고한 존 매케인 당시 상원 군사위원장으로부터 '공개적 비토'를 받은 바 있다.
당시 매케인 군사위원장은 우크라이나 내 친(親) 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에 맞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지에 대해 "검토해보겠다"는 섀너핸 대행의 원론적 서면답변 내용을 들어 "이 문제를 알고 있느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수천 명의 사람을 죽였다는 건 인지하고 있냐"고 몰아세우며 자격 시비를 제기했다.
매케인 당시 군사위원장은 섀너핸 대행의 보잉과의 '깊은 유착' 가능성도 도마 위에 올렸다.
WP는 이러한 청문회 일화를 소개하며 "섀너핸 대행이 직면한 난관을 비춰주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매티스 장관의 퇴임을 발표하면서 그 시기를 2월 말로 알렸으나 섀너핸 부장관을 내년 1월 1일 자로 장관대행에 지명, 매티스 장관 교체 시기를 두 달이나 앞당겼다.
일요일 이뤄진 이 깜짝 발표'에 국방부 관리들도 허가 찔렀다고 WP는 보도했다. 섀너핸 대행 본인도 워싱턴DC 밖에서 '여행' 중이었다고 한다.
섀너핸 대행은 매티스 장관이 대외적 활동에 집중하는 동안 부장관으로서 국방부 내부 살림을 주로 맡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해왔다. 국방부 합류 당시 30년 몸담았던 보잉을 떠나 관직을 맡게 된 데 대해 '미국 국민을 위한 봉사의 기회'로 규정하며 "오래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일생의 사랑을 찾은 것 같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베트남 참전용사의 아들이기도 한 그는 기업가 출신으로서 보다 효율적이고 친(親)기업적인 부처 운영을 강조해왔다고 WP는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우주군' 창설 추진을 강하게 뒷받침하면서 백악관의 환심을 샀다고 한다.
섀너핸 대행이 매티스 장관의 동맹 중시 기조에 공감하며 궤를 같이해오긴 했지만, 중요 현안별로 목소리를 제대로 내가면서 충동적 스타일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제어판 역할을 해온 매티스 장관의 공백을 메울지에 대해서는 워싱턴DC 안팎에서 회의론이 적지 않다.
WP는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이 지난 2년간 동맹을 갈아엎고 '폭탄성 정책'들을 트위터로 날리는 '트럼프 시대'를 낮은 포복으로 헤쳐왔다면서 "그동안은 이러한 접근법이 통하는 듯했지만 지난 한 주간 많은 것들이 허물어졌고 대통령이 언제 어떻게 병력을 사용할지에 대한 불확실성 시대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이에 더해 국방부 고위인사들은 자칫 국방부의 정치적 중립성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시리아 철군 및 매티스 장관 사퇴 사태로 국방부의 동요가 적지 않은 가운데 매티스 장관에 이어 일부 고위 군 관료들의 동반 퇴진 및 이에 따른 군 수뇌부 후속 개편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장 출신인 데이비드 바노 전 아프간주둔 미 사령관은 WP에 현재의 군 지도자들은 동맹 및 분쟁 문제 등에 대해 '중도' 기조를 견인하며 성공적으로 해왔으나 "내년에는 진짜 모험이 시작될 것이다. 국방부에 있는 군으로선 앞으로가 매우 도전적인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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