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민박시설 안전점검 곳곳에서 허점투성이
(강릉=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화재경보기 배터리가 빠져 있네요. 당연히 작동이 안 되죠."
지난 18일 강릉에서 발생한 펜션 가스중독사고를 계기로 강릉시가 한 달간 일정으로 지역 내 629개 농어촌민박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시작한 지난 24일.
안현동 지역 한 민박을 찾은 점검반원은 객실 천장에 부착된 단독형 화재경보기에서 소리가 나지 않자 기기를 분리해 내부를 확인해 본 뒤 이같이 말했다.
점검반원은 "단독형 화재경보기는 배터리가 제대로 연결돼 있어야 제대로 작동한다"며 "설치할 때는 물론 주기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점검반원이 배터리 연결을 다시 한 후 넣고 테스트 버튼을 누르자 그제야 화재경보기에서는 삑∼하는 소리가 울렸다.
10여개 객실을 갖춘 이 민박은 통로에 비치한 소화기에서도 사용 기간이 지난 것이 일부 발견되는 등 시정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인근 펜션이나 민박들에서도 비슷한 문제들이 나타났다.
생산된 지 오래돼 충전재와 압력 부족으로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소화기가 발견되고, 비좁고 복잡한 건물 내부에는 비상대피 안내도도 설치되지 않았다.
화재 시 이를 감지해 자동으로 소화액이 분출되는 자동식 소화기가 보일러실에 설치되지 않은 시설도 있었고 배전반에서 누전이 발생하는 업소도 있었다.
단독형 화재경보기에 건전지가 없거나 방전된 건전지가 끼워져 있는 곳도 있었고 천정이 아닌 벽면에 설치된 화재경보기도 있었다.
점검반원은 "설치해놓고 점검을 자주 안 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며 "설치도 화재를 일찍 감지할 수 있도록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업소 주인은 "안전에 최대한 신경 쓰고 있으나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사용 기간이 지난 것으로 지적된 소화기는 즉시 교체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화재경보기 등 안전시설도 앞으로는 수시로 점검해 제대로 작동되는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이성규 강릉시 숙박위생담당은 "첫날 점검에서부터 많은 지적사항이 나왔다"며 "업주들에게 지적사항을 즉시 시정하고 이를 보고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업소들이 비용문제 때문에 전문기관 점검을 제대로 못 받는 경우도 많다"며 "이번 점검에는 가스와 소방, 위생 등 관련 기관에서 모두 참가하는 합동안전점검인 만큼 업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mom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