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전 마치고 은퇴식…등번호 32번 영구 결번
(원주=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프로농구 원주 DB와 전주 KCC의 정규리그 경기가 DB의 3점 차 승리로 끝난 후 25일 강원도 원주종합체육관은 어둠에 잠겼다.
경기장 한쪽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고 DB의 '레전드' 김주성의 선수 시절 활약상이 담긴 영상과 김주성을 향한 DB 감독, 선수들의 메시지가 음악과 함께 펼쳐졌다.
원주 DB에서 16년을 함께 하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난 김주성의 은퇴식과 등 번호 32번 영구결번식이었다.
영상이 끝나고 코트 한가운데 김주성이 모습을 드러내자 홈 팬들은 뜨겁게 환호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4천여 명의 DB 팬들은 KCC전이 연장전으로 이어지며 예정보다 늦게 끝났음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16년간 원주를 지킨 김주성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김주성은 지난 200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DB의 전신인 원주 TG 유니폼을 입은 뒤 지난 시즌 은퇴할 때까지 줄곧 한 팀에서만 뛰었다.
구단 이름이 여러 번 바뀌는 동안에도 줄곧 팀의 기둥으로 활약하며 16년 동안 팀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세 차례, 정규리그 우승을 지난 시즌까지 다섯 차례 이끌었다.
팀과 함께 김주성도 영광의 시간을 구가했다.
정규리그 MVP 두 번, 챔피언결정전 MVP로도 두 번 선정됐고, KBL 베스트 5에도 8차례 들었다.
2005-2006시즌 이후 무려 8시즌 동안 프로농구 '연봉 킹' 자리도 지켰다.
전성기를 지난 이후엔 믿음직한 식스맨이자 정신적 지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김주성의 통산 득점은 1만288점, 리바운드는 4천425개로 서장훈(1만3천231득점, 리바운드 5천235개)에 이어 역대 2위다.
블록슛은 1천37개로, KBL에서 유일하게 1천 개를 돌파한 그야말로 '블록슛의 황제'다.
은퇴 후 지도자로 제2의 농구 생활을 준비 중인 그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지도자 연수 중이다.
김주성은 이날 미국에서 잠시 귀국해 홈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전했다.
김주성은 "우는 걸 기대하셨을 텐데 웃으면서 은퇴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며 "마지막 시즌에 너무 즐겁게 운동했기 때문에 울 수 없었다"고 밝은 얼굴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원주는 내게 제2의 고향이었다"며 "잘하든 못하든 열심히 응원해주셔서 16시즌 동안 좋은 기억을 함께 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오늘 많은 팬분이 후배들을 응원해주시는 모습을 보니 이제 코트를 떠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열심히 공부해서 다시 찾아뵙겠다"고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은퇴식 말미에 자신을 향해 팬들이 한 목소리로 불러준 노래를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들은 김주성은 DB 선수, 팬들이 쳐주는 헹가래와 기념촬영을 끝으로 정든 코트를 떠났다.
김주성은 이날 지난 시즌 은퇴 투어를 진행하며 조성된 수익금을 대한장애인농구협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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