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의 한국전력 '승점 3 따려면 1세트 무조건 잡아라'

입력 2018-12-26 09:06  

투혼의 한국전력 '승점 3 따려면 1세트 무조건 잡아라'
외국인 선수 공백 탓 체력 저하로 세트 치를수록 약해져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그 흔한 외국인 해결사 없이 남자 프로배구 한국전력 선수들은 5세트가 끝날 때까지 코트에서 모든 걸 쏟아붓는다.
25일 한국전력에 혼쭐이 난 선두 대한항공의 박기원 감독은 작전 시간 때 선수들에게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며 저조한 플레이를 질타했다.
벼랑 끝에 몰렸던 대한항공은 4세트를 잡은 뒤 5세트 결정적인 상황에서 서브 에이스 4개를 퍼붓고 한국전력의 백기를 받아냈다.
세트스코어 2-1로 앞서 시즌 두 번째 승리이자 첫 승점 3 승리(세트스코어 3-0, 3-1 승리)를 눈앞에 뒀던 한국전력은 한계를 절감하며 대한항공에 무릎을 꿇었다.
1승 18패, 승점 8로 최하위인 한국전력은 4라운드도 풀세트 경기로 시작했다.
올 시즌 7번째 풀세트 경기를 치른 한국전력은 6번을 지고 한 번을 이겼다. 시즌 16연패의 터널에서 벗어나 지난 18일 KB손해보험을 제물로 감격스러운 첫 승리를 따냈을 때도 풀세트 접전이었다.
이미 시즌 중 외국인 선수를 한 번 더 교체할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고 읍소했다가 거절당한 한국전력은 토종 선수들만으로 남은 시즌을 치러야 한다.
사이먼 히르슈는 팀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시즌 직전 팀을 스스로 떠났고, 대체 선수 아르템 수쉬코는 부상으로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아무리 이방인 공격수에게 기대는 의존도가 줄어드는 추세라곤 해도 외국인 주포는 여전히 해결사다. 에이스 없는 배구의 한계는 분명하다.


서재덕, 최홍석, 김인혁 토종 삼총사가 젖먹던 힘까지 쏟아 분발하는 중이나 큰 것 한 방으로 분위기를 뒤집을 이방인 공격수가 없어 한국전력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대한항공, 현대캐피탈과 두 번씩, 그리고 삼성화재와 우리카드에 한 번씩 등 모두 6번의 풀세트 접전으로 강호의 간담을 서늘케 했어도 한국전력은 최후에 웃을 순 없었다.
7차례의 풀세트 접전을 재구성해볼 때 한국전력이 남은 17경기에서 추가 승리와 함께 승점 3 승리를 따내려면 무조건 1세트를 잡아야 한다.
KB손보를 5세트에서 물리쳤을 때 한국전력은 1, 3세트를 따냈다.
세트마다 서브 리시브에 따라 크게 요동치는 경기, 외국인 선수의 부재로 세트를 치를수록 떨어지는 토종 선수들의 체력, 분위기를 뒤집을 게임 체인저가 없는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한국전력은 1세트를 어떻게든 잡아야 승리에 가까워질 수 있다.
4세트에서 기사회생해 경기를 5세트로 몰고 가더라도 체력에서 상대 팀을 해볼 수 없다는 점은 지난 4번의 풀세트 패배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또 세트스코어 2-1로 앞선 경기에서 4세트를 내주면 분위기 싸움에서 5세트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도 두 번의 풀세트 패배에서 배웠다.
전력 열세에도 한국전력은 '승점 자판기'를 거부하고 투혼의 배구로 상대 팀을 끝까지 괴롭힌다.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은 팀임을 증명한 이상 이 투혼을 시즌 끝까지 이어가려면 짜릿한 승점 3 승리로 흐름을 바꿔야 한다.
cany99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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