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ICA 해외봉사단원 파견…비야리카시 보건소서 간호사 활동
"봉사, 남을 위해 힘 바쳐 애씀을 통해 나에게 기쁨이 되는 것"
[※ 편집자 주 = 청년들의 취업과 창업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습니다. 답을 찾아내기가 어려운 그들에게 해외 봉사를 하면서 진로를 찾거나 일찌감치 해외에 진출해 정착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새해 아침 전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스페인어 검정시험(DELE)에 도전해 통과한 뒤 간호 분야에서 스페인어가 필요한 직종에 취업하고 싶습니다."
남미 중부에 있는 내륙국 파라과이의 비야리카시 마리아 보건소에서 간호사로 활동하는 은초롱(26) 씨는 해외 봉사를 통해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그는 '내가 왜 이곳에 있는가'라는 의문에 스스로 해답을 찾았다고 한다.
은 씨는 인하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분당차병원에서 2년간 간호사로 근무했지만, 그 생활이 썩 내키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해 사표를 던지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원으로 파라과이로 날아갔다.
꼭 1년 만에 'DELE 통과'라는 꿈을 정했고, 틈날 때마다 매진하고 있다.
은 씨는 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봉사단원인 제가 짧은 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미미하지만, 환자들과 스페인어로 소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언어를 더 배워야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그것이 검정시험으로 귀결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지만 지금 당장은 저로 인해 이곳 사람 중 한 명이라도 '우리 지역에 한국인 봉사자가 있었는데,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줬어. 정말 고맙게 생각해'라고 말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할 것 같다"고 현실적인 바람도 피력했다.
"봉사단원은 혼자 있는 시간이 정말 많아요. 외롭기도 하지만 적응하면 오히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죠. 저도 인터넷 등을 통해 언어 공부를 하고, 요리와 운동도 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3교대로 간호사 근무를 해 건강하고 규칙적인 습관을 만들기 힘들었는데, 여기서는 건강한 습관과 취미생활을 할 수 있어요."
그는 마리아 보건소에서 월·수·금요일 환자를 간호하고, 화·목요일에는 지역주민을 직접 찾아가 예방접종과 상처소독 등을 한다. 보건소 내 기록물 관리를 위한 컴퓨터 정보시스템 도입과 의료기기 구매도 봉사단원의 현장업무 중 하나다.
업무가 끝나고 파견 봉사단원들끼리 모여 협력 활동도 했다. 근무지에서 4시간가량 떨어져 있는 동기 단원이 일하는 아동복지지원센터를 찾아가 손을 씻는 습관과 환경보호 등의 교육을 한 것이다.
그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대가가 따르는 것도 아닌데도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고 애쓰는 것으로 보람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저는 처음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지각하지 않고 성실히 일했어요. 이런 제 모습을 보면서 보건소 직원과 지역주민들이 한국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죠. 그런데 직원과 주민들이 제게 '한국이 파라과이에 많은 도움을 준다'며 엄지 척을 합니다. 보람차기도 하지만 책임감도 무겁답니다."
그는 간호사로 근무하기에 앞서 2015년 여름 파라과이에 여행하면서 지인을 통해 KOICA 해외 봉사에 대해 알았고, 그 인연으로 진로를 고민할 때 주저함이 없이 파라과이를 택했다.
은 씨는 봉사를 "남을 위하여 힘을 바쳐 애씀을 통해 나에게 기쁨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파라과이에서 자신의 존재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통해 얻어낸 정의다.
보람과 기쁨,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게 하는 해외 봉사. 그는 "준비하면 더 값지다"며 후배들을 위해 조언한다.
"어느 나라에 갈지 정해지면 가장 먼저 언어 공부를 하세요. 한국어 교재를 소지하는 것은 기본이고 가능하다면 인터넷 강의, 팟캐스트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준비할 것을 권합니다. 또 그 나라 사람에 대한 편견은 갖지 마십시오. 한국 사람, 파라과이 사람 이렇게 구분 짓기 전에 사람 대 사람으로 색안경을 벗고 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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