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최근 연임에 고배를 마신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인사에 불만을 표시함에 따라 차기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강력한 경쟁 상대여서 내년에 '리턴 매치'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위 행장은 26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인사에 대해 "갑작스러운 통보에 당황스럽다"며 "왜 임기 중에 (인사를) 했을까 저도 잘 모르겠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러면서 "신한금융의 주요 5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지주 회장 후보군으로 육성되는데 이번 회장 후보군 5명 중 4명이 퇴출됐다"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가 조 회장이 회장 연임을 염두에 두고 경쟁자를 사전에 '솎아내기'한 것 아니냐는 위 행장의 생각을 은연중에 드러낸 표현으로 해석된다.
신한금융은 은행, 카드, 금융투자, 생명, 자산운용 등 5개 자회사 CEO를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육성한다. 실제 차기 회장 후보 선임절차가 진행되면 이 5개 자회사 전·현직 CEO가 차기 회장 후보군에 당연직으로 올라간다.
이번에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주요 자회사 CEO가 임기를 앞두고 교체 통보를 받게 됐다.
은행장이 단임에 끝나지 않았던 전례에 비쳤을 때 위 행장이 이번에 1년 연임하게 됐다면 현직 은행장으로서 내년 12월에 진행될 차기 회장 후보 선임 경쟁에 나설 수 있었다.
조 회장의 임기가 2020년 3월에 끝나 내년 12월에 신한금융지주 차원에서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가 꾸려져 2020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차기 회장 선임절차에 들어간다.
위 행장이 어쨌든 내년 3월까지 임기는 보장받았음에도 이날 '퇴출'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차기 경쟁 구도에서 이런 '현직 프리미엄'을 잃게 된 데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불복' 의사까지는 밝히지 않았다. 위 행장은 "여러 가지 할 말은 많지만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말을 아끼고 싶다"라고 했다.
드러내놓고 이번 인사에 불만을 나타내는 것이 본인의 '앞길'에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이번 인사를 진행한 신한금융의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와 회추위의 구성원이 겹치기 때문이다.
자경위는 회장과 사외이사 4명, 회추위는 회장과 사외이사 5명으로 꾸려진다. 이중 사외이사 2명이 자경위와 회추위에 모두 포함돼 있다.
조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회추위에서 빠지고 사외이사 5명만으로 구성된다. 회추위 구성원 5명 중 2명을 자신의 '비토' 세력으로 돌리는 것이 위 행장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른바 '남산 3억원' 관련 검찰 수사도 차기 대권 가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 당분간 은인자중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 측이 2008년 이상득 전 의원 측에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3억원을 건넸다는 일명 '남산 3억원' 의혹에 대해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최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결론 내렸다.
위 행장은 신한지주[055550] 부사장 시절인 2010년 검찰의 1차 수사 당시 '남산 3억원'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진술한 직원에게 "3억원이 정치권에 넘어가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게이트화 할 경우 다칠 수 있다"며 진술을 번복하도록 회유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위 행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제가 은행장에 선임될 때 지주의 자경위와 은행의 임추위에서 법적 검토를 오랜 시간 충분히 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이번에 그 문제가 퇴출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과거 이 문제에 충분히 수사되지 않아 재수사 결정이 난 만큼 위 행장의 발언처럼 '꺼진 불'이 아니다.
위 행장과 조 회장은 지난해 1월 신한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두고 이미 한차례 경쟁을 펼친 바 있다.
당시 위 행장은 회추위 최종 면접에서 "신한의 미래를 위해 조 행장이 회장이 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며 후보직 사퇴의 뜻을 밝혀 '대권'은 조 회장에게 돌아갔다.
이를 두고 차기를 노린 행보라는 뒷말이 나온 만큼 위 행장이 내년에 있을 차기 회장 선임 경쟁에 나설 것으로 금융권은 관측하고 있다.
2015년 2월 신한은행장 자리를 두고 격돌했던 사례까지 더하면 위 행장과 조 회장의 '인연'은 남다르다.
당시 위 행장이 차기 유력한 은행장 후보로 거론됐으나 조 회장의 승리가 결론이 나 의외의 인사라는 말이 나왔다.
위 행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앞으로 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위 행장은 차기 회장 경쟁과 관련해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아직 정한 것이 없다. 한참이나 남은 일에 대해서 어떻게 하겠느냐"며 확답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나서지 않겠다고 부정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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