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가격으로 선거 패배 경험…농가 복지 대책 검토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양파가격이 폭락하자 내년 총선을 앞둔 나렌드라 모디 정부에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양파는 인도인이 온갖 요리에 즐겨 사용하는 재료로 양파가격 동향은 그간 인도 선거 때마다 민감한 쟁점이었기 때문이다.
인도 양파가격은 지난 24일 서부 마하라슈트라주(州)의 인도 최대 농산물 도매 시장에서 1㎏당 1루피(약 16원)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일간 이코노믹타임스는 26일 보도했다.
지난 10월 17일 만하더라도 양파가격은 1㎏당 21.5루피(약 346원)였으나 불과 두 달 만에 헐값으로 수직 폭락했다.
지난여름 집중적으로 수확된 양파가 시장에 마구 풀리면서 가격이 크게 내려간 것이다.
인도 양파 도매가격은 작년 7월에도 1㎏당 1루피로 폭락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내년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라 정국의 관심이 더 쏠리는 상황이다.
양파는 한국인이 김치를 먹듯 인도인들이 주된 반찬으로 먹을 뿐 아니라 비리아니(볶음밥의 일종), 바지(야채 볶음) 등 많은 음식에 재료로 사용되기에 소비자나 농민 모두 가격 변동에 예민하다.
특히 급등하는 양파가격은 선거 패배로 이어지기도 했다.
1980년 총선과 1998년 델리 주의회 선거에서 당시 집권당인 인도국민당(BJP)이 패배한 이유는 양파가격 대응 실패로 소비자가 등을 돌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을 정도다.
이번에는 반대로 양파가격이 폭락하면서 농심이 들끓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양파가격 하락이 모디 정부의 내년 총선 전략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달 말 마하라슈트라의 한 농부가 양파가격 폭락에 격분, 판매 대금 전액을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보낸 일도 있었다.
농부는 "양파 750㎏을 수확해 1㎏당 1.4루피꼴인 1천64루피(약 1만7천100원)만 손에 쥐었다"며 "항의의 표시로 이 돈을 총리실의 재난구호기금에 기부했다"고 말했다.
현재 모디 정부는 양파 경작농뿐만 아니라 다른 농민에게서도 공격받는 상황이다.
2014년 정권 교체 후 추진된 경제 정책에서 농민이 소외됐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인도 농민들은 최근 친(親)농업 정책 도입 및 부채 탕감 등을 요구하며 전국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지난 11일 주의회 선거에서는 BJP의 '텃밭' 마디아프라데시, 차티스가르, 라자스탄에서 야당에 몰표를 던지기도 했다.
이에 모디 총리가 이끄는 연방 정부는 직접적인 부채 탕감은 아닐지라도 대규모 농가 복지 개선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에는 금융지원, 관개수로 등 인프라 개선, 농산물 유통망 정비 등의 방안이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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