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보복 사건 벌인 조직폭력배 소탕 위해 1개월 동안 객지 생활…7개 조직 33명 일망타진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우리 아들을 위해 산타 복장도 사놨는데, 집에 언제 가나…."
경찰이 원정 보복 소동을 벌인 수도권 조폭과 광주 조폭을 한 달여간 끈질긴 수사 끝에 일망타진했다.
경찰은 주말과 성탄절 휴일까지 반납하고 광주와 인천을 수십번 오가는 잠복수사를 거쳐 7개 조폭 조직 33명을 검거했다.
사건의 시작도 휴일이었다.
지난달 24일 낮 12시 40분께 토요일 휴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따뜻한 밥 한술을 뜨거나 나들이에 나서려고 집을 나서던 광주 북부경찰서 형사과 형사들 휴대전화로 요란한 수신음이 울려댔다.
"수도권 조폭 수십명이 광주 조폭들에게 보복하려고 집결하고 있다. 비상!"
약 20여분 만에 경찰서로 집결한 형사 60여명은 경찰서에서 방검복, 권총, 테이저건, 가스총 등으로 완전 무장하고 현장으로 달려가 조폭 12명을 붙잡았다.
사건의 내용은 이랬다.
전날 인천 조폭이 광주 조폭의 경조사를 챙기기 위해 찾아와 술을 마시다가 광주 조폭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광주 조폭에게 집단폭행 당한 것에 분개한 인천 조폭은 수도권 조폭들에게 보복해야 하니 광주로 집결하라는 내용을 전파했다.
야구방망이, 삼단봉 등까지 준비한 수도권 6개파 조폭 27명은 광주 조폭 가족의 결혼식이 열리는 인근 지역 모텔에 임시 본부를 차리고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수도권 조폭들은 광주 조폭을 붙잡고 감금, 폭행하기도 했다.
이들의 수상한 동태를 눈치챈 경찰은 곧장 현장에 급습, 27명 중 10여명을 현장에서 붙잡았다.
그러나 고생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달아난 수도권 조폭과 사건의 발단이 된 술집 집단폭행 사건을 일으킨 광주 조폭을 붙잡기 위해 특별수사팀을 꾸린 경찰은 숨기 바쁜 조폭들과 물고 물리는 추격전에 돌입했다.
과거에는 '조폭은 숨지 않는다'는 말도 있었지만, 요즘 20대 어린 조폭들은 일이 커지자 숨기에 바빴다.
검거한 12명 조폭을 상대로 당시 현장에 있던 수도권 조폭과 술집 집단폭행 사건을 일으킨 광주 조폭 등 7개 조직 35명의 검거대상을 특정한 경찰은 이들을 하나씩 뒤쫓기 시작했다.
지인들 집에 숨거나 모텔을 전전하며 도망가던 조폭들은 경찰의 추적에 하나둘씩 잡혀 구속됐지만, 1개월여 동안 경찰의 고생도 쌓여갔다.
나이가 쉰이 넘은 고참 형사는 모텔에서 팬티를 빨아 입어가며 잠복수사를 버텼다.
5살 아들을 둔 형사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산타 복장까지 준비해 아들에게 추억을 선사할 계획이었지만, 크리스마스이브는 물론 성탄절 당일까지 마지막 조폭을 붙잡느라 집에 가지 못했다.
전화를 걸어와 칭얼대는 아들에게 형사는 "산타 할아버지라 바빠서 내일 간대"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형사는 크리스마스가 지난 26일에서야 미리 준비했던 산타 복장을 하고 아들에게 뒤늦은 선물을 주며 어린 아들을 꼭 안아줬다.
이번 사건을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대 사안'으로 판단한 경찰은 광주·인천 지역을 아우르는 5개반 38명 형사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경찰은 조폭 조직간 보복전을 번질뻔한 사건을 예방하고, 달아난 범인까지 대부분 붙잡아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려고 노력했다.
이번 사건에 헌신한 한 경찰은 "일을 열심히 할수록 가족들에겐 나쁜 아빠가 될 수밖에 없다"며 "다행히 조폭 대부분을 일망타진해 시민들에겐 떳떳한 경찰관으로 당당하게 어깨를 펼 수 있겠다"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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