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 외무 "영국, 박해받는 기독교인 역경에 대답해야"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정부가 북한과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등 기독교 박해 국가들에 대한 지도를 만들고, 이들 국가 내 기독교인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를 놔두면 소수자에 대한 박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26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공영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전 세계 기독교인 박해에 관한 독립 검토보고서를 내년 부활절 이전까지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트루로 주교가 주도할 검토보고서는 위협에 처한 기독교인을 돕기 위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 등 권고사항을 담을 예정이다.
보고서는 소수 종교 일반에 대한 것이 아니라 영국 내에서 가장 확립된 종교인 기독교만을 대상으로 한다.
헌트 장관은 일부 국가에서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독교계에 따르면 올해 피살된 전 세계 기독교인은 3천명으로 전년의 두 배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독립 검토보고서는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 등에서 기독교인을 박해하는 주요 국가에 대한 지도를 만들고, 현재 영국 정부가 제공하고 있는 지원 수준을 분석할 예정이다.
가디언은 국제 기독교 선교단체인 '오픈 도어스'의 연례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기독교 박해가 가장 심한 나라는 북한이고,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수단, 파키스탄 등이 뒤를 이었다고 전했다.
이라크, 예멘,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나이지리아, 리비아, 인도 등도 기독교 박해국가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또 기독교인 박해와 관련, 영국 정부가 결합력 있고 포괄적인 정책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권고사항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런 조치는 '신성모독죄'로 사형 위기에 처했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파키스탄 기독교 여성인 아시아 비비가 여전히 신변에 위협을 받으면서 영국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영국 정부는 그동안 아시아 비비에 피난처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간의 비판을 받았다.
기독교 신자로 다섯 아이의 엄마인 비비는 이웃 주민과 언쟁하던 중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모독한 혐의로 2010년 사형선고를 받고 8년간 독방에 수감돼 있었다.
파키스탄 대법원은 지난 10월 비비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이후 판결에 격분한 이슬람 강경주의자들이 격렬한 항의시위에 나서면서 비비와 가족들의 신변이 위협받고 있다.
유럽과 북미의 여러 국가들이 비비의 망명을 받아주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구체적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비비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헌트 장관은 "영국은 오랫동안 전 세계 종교의 자유를 지지해왔다"면서 "기독교에 대한 박해는 소수자에 대한 박해의 전조다. 영국은 박해로 인한 전 세계 기독교인의 역경에 반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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