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율 떠받친 증시 폭락 대응 논란에 "트럼프 좌절"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최근 뉴욕증시 급락 사태 대응 문제를 놓고 도마 위에 오른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의 입지가 불안하다고 미 CNN방송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과 가까운 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공개적으로 '재신임' 발언을 내놓으면서 거취 문제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하나, 므누신 장관의 시장 달래기가 오히려 역효과를 낳으면서 주가가 폭락하는 '블랙 크리스마스'를 겪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과 좌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CNN방송은 이 소식통을 인용,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는 각료들에게 불같이 역정을 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 등에 비춰 므누신 장관이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CNN방송에 "므누신 장관이 압박을 많이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므누신 장관은 23일 주요 6대 은행 최고경영자(CEO)들과 통화한 데 이어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에는 컨퍼런스콜 방식으로 '금융시장에 대한 대통령 워킹그룹'을 소집하는 등 시장 불안을 진정하기 위한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당국이 개입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시그널을 주는 역효과를 낳으면서 불안감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 뉴욕증시는 올해 크리스마스이브의 경우 역대 최악의 낙폭을 기록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기자들과 만나 므누신 장관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네 그렇다"며 "매우 재능 있는 사람이다. 매우 똑똑한 사람이다"라고 일단 재신임 의사를 표명하는 등 시장 안정화에 나선 바 있다.
CNN방송에 따르면 지난 주말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마러라고행(行)을 취소하고 백악관에 들어앉아 주식 시장과 관련해 쇄도하는 온갖 좋지 않은 뉴스들을 접하고 있었을 당시, 므누신 장관은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기 위해 유명 휴양지인 멕시코의 카보 산 루카스로 떠난 상태였다고 한다.
당시 므누신 장관의 참모진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될만한 경제 자료들을 구하기 위해 허둥댔으나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므누신 장관이 하는 말에 흡족해하지 못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지난 며칠 사이 므누신 장관은 주가가 폭락한 크리스마스이브를 포함, 트럼프 대통령과 수차례 전화통화를 하고 연방정부 셧다운과 미·중 무역협상 상황 등을 점검했다고 한다.
지난 2016년 대선 캠프에 합류한 므누신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고위 참모 그룹의 한 명으로 꼽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인선 과정에서 므누신 장관이 현 의장인 제롬 파월 카드를 적극적으로 천거했던 것에 대해서도 심기가 불편한 상태라고 소식통들이 CNN에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 인상 문제를 놓고 수차례에 걸쳐 파월 의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등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식시장 급락에 큰 좌절감을 느끼며 부글부글하는데는 경제 호황이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을 떠받치는 주요 버팀목이라는 인식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자칫 재선가도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주식시장 호황을 자신의 대표적 치적으로 꼽으며 자랑해왔다.
이와 관련, 의회전문매체 더 힐도 전날 친(親)트럼프 진영 내에서 최근의 주식 시장 상황에 대한 우려가 그 무엇보다 크다고 보도했다. 지지율을 떠받쳐줬던 경제가 나빠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더 허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의 한 소식통은 므누신 장관의 거취가 불안하다는 루머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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