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 생산·보관 관리 무책임 품종 배치도 제대로 안해"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 당국이 최근 농업부문 회의를 열고 이례적으로 올해 농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다수확 운동의 열풍을 일으킬 것을 촉구했다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7일 전했다.
박봉주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내각 총리는 25∼26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제4차 전국농업부문열성자회의 보고를 통해 "지난 기간 일부 농장과 단위에서 종자 생산과 보관 관리사업을 책임적으로 하지 않고 기후 조건과 포전(논밭)별 특성에 맞게 품종배치를 바로 하지 않았으며 분조관리제안에서 포전담당 책임제의 우월성을 최대한 발양시키지 못한 결함들"을 지적했다.
그는 "특히 올해의 혹심한 가뭄과 고온피해를 이겨내지 못하고 알곡 생산을 미달한 농장들의 교훈은 지력을 높이지 않고서는 다수확을 기대할 수 없으며 일꾼들이 경제조직사업을 못하면 당정책이 아무리 정당하고 농업근로자들의 창조적 열성이 높아도 농업생산에서 새 혁신을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올해 농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박 총리의 발언 수위는 낮고 두루뭉술하지만, 국가적인 대규모 공식 행사에서 연설을 통해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들어 노동신문 등 매체를 통해 정책의 문제나 실패 같은 치부를 과감히 드러내며 시정을 요구해 왔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 지도에 나가 중앙과 지방의 간부들을 비판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북한이 식량난 해소를 위한 곡물 증산은 물론 '경제발전 총력집중' 노선과 2020년 목표인 '국가발전 5개년 전략' 실행 과정에서 불거진 결함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증산 분위기 조성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총리는 이어 "나타난 결함들에서 교훈을 찾고 경제강국 건설의 주 타격 전방인 농업전선에서 자력갱생 정신과 과학기술의 위력으로 다수확 운동의 불길을 세 차례 지펴 올릴 것"을 촉구하고 농촌에 대한 전 사회적 지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는 최룡해·박태덕 당 부위원장, 로두철 부총리, 김능호 평양시 당 위원장, 고인호 부총리 겸 농업상, 리철만 당 부장, 각 도 당위원장 등이 참석했으며 공로를 세운 농업부문 간부와 농민, 과학자·기술자들에게 노력영웅과 다양한 공훈 칭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표창장 등을 수여했다.
내각은 또 회의 이틀째인 26일 평양 인민문화궁전과 옥류관에서 회의 참석자들을 위한 축하연회를 마련했다.
chs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