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85억 탈루·33억 횡령 혐의…검찰, 계열사대표 등 4명 불구속기소
경찰 단계서도 차명계좌 260개 발견…총 1천749개로 늘어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2008년 삼성특검 당시 확인되지 않았다가 경찰 수사에서 새로 발견된 삼성그룹 차명계좌 의혹 등과 관련해 검찰이 사건에 관련된 삼성 임원들을 재판에 넘기는 선에서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했다.
경찰과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 520개를 추가로 발견하고, 이 회장이 이들 계좌와 관련해 수십억원대 양도소득세를 탈루했다고 결론지었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최호영 부장검사)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 관련해 80억원대 세금을 탈루하는 데 관여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조세포탈)로 이 회장의 재산관리팀 총괄 임원을 지낸 삼성 계열사 대표 전모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전씨는 삼성 임원들 명의로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다수 만들어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을 사고 판 뒤 2007년 및 2010년도분 양도소득세 및 지방소득세 총 85억5천700만원을 내지 않은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회장도 양도세 탈세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입건했지만,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기소중지란 피의자의 소재지 불명 등 여러 사유로 수사를 종결할 수 없을 때 그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수사를 중지하는 조처다.
검찰은 이 회장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결과 안정적으로 생존해 있지만 직접 조사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이같이 처분했다. 이 회장은 2014년 5월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4년 넘게 삼성서울병원 VIP 병실에 입원 중이다. 건강이 호전될 경우 기소중지가 해제돼 검찰 조사를 받을 수 있다.
경찰은 지난해 삼성 총수 일가의 자택공사와 관련해 회삿돈 횡령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 차명계좌가 여럿 존재한 정황을 포착해 국세청에서 자료를 확보하는 등 수사해 왔다.
공사비로 지급된 수표가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서 발급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애초 횡령 혐의를 밝히고자 했던 수사가 비자금 수사로 방향을 틀었던 것이다.
경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2008년 삼성특검 당시에는 나타나지 않은 차명계좌 260건(계좌명의자 72명)을 추가로 발견했다. 삼성은 대부분 증권계좌인 이들 차명계좌를 2011년 국세청에 신고해 세금 1천300억여원을 납부했고, 2014년 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3월 초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보강 수사를 해 별도의 차명 증권계좌 260개(명의자 235명)를 추가로 발견했다.
검찰은 이들 계좌를 사용해 실소유주인 삼성 계열사 주식이 사고팔리는 과정에 이 회장이 양도세 및 지방소득세 총 85억5천700만원을 탈루했다고 판단했다. 소액주주와는 달리 대주주는 회사 주식을 처분할 때 시세 차익에 대해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
다만, 경찰이 범죄사실에 포함했던 이자 및 배당소득과 관련한 종합소득세 탈루액 약 30억원은 법 적용이 잘못됐다고 보고 혐의 액수에서 제외했다. 금융당국 유권해석에 따르면 차명계좌의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은 종합소득세에 합산하지 않고 90% 고율로 차등 과세돼 금융기관에서 원천징수된다.
이번 수사로 이 회장 차명계좌가 520개 추가로 밝혀지면서, 현재까지 알려진 이 회장 차명계좌는 1천749개로 늘게 됐다. 2007년 삼성 특검 때 밝혀진 계좌가 1천197개, 작년 말 금융감독원이 전수조사로 찾아낸 계좌가 32개였다.
한편 검찰은 삼성 총수 일가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 33억원을 삼성물산 법인자금으로 대납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와 관련해서도 이 회장을 기소중지 처분하고, 횡령 혐의에 가담한 삼성물산 임직원 3명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앞서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 회장이 차명계좌를 만들어 세금을 탈루하고, 회삿돈을 자택 공사비에 쓴 혐의를 적발하고 지난 3월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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