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구치소 근무에 "징벌적" 시각…'양심' 심사 공정성 의구심 여전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국방부가 28일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36개월 교정시설' 대체복무안을 확정함에 따라 그간 제기돼왔던 대체복무제 논란이 해소될지 주목된다.
정부는 그간 36개월(1안)과 27개월(2안), 복무기관 '교정시설로 단일화(1안)'와 '교정시설과 소방서 중 선택(2안)'을 놓고 공청회 등을 거쳐 여론을 수렴해온 끝에 1안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에 국방부는 "공청회, 언론 보도, 온라인 여론 등을 통해 대체복무제에 대한 의견 차이가 매우 크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균형있는 시행 방안을 마련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이번에 확정한 대체복무제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 4대 의무이면서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와 같은 핫 이슈인 병역의 가장 우선하는 원칙은 형평성과 공정성이다. 그러나 이런 원칙의 기준점을 놓고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 만큼 이번 대체복무안을 놓고서도 찬반 견해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36개월 복무 기간과 복무기관을 놓고 정부와 인권 및 시민 단체 간의 주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36개월 복무는 현행 21개월에서 2021년 말까지 18개월로 단축되는 육군 병사 복무기간의 2배다. 대체복무는 2020년 1월부터 시행된다.
국방부는 "현역병(복무기간 단축기준 18~22개월)과 공중보건의 등 다른 대체복무자(34~36개월)의 복무 기간과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 등을 고려해 36개월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유엔에서 유럽 인권위원회에 권고하길 (현역병 복무기간의) 1.5배를 초과하는 경우 징벌적이라고 했다"면서도 "우리나라의 안보 현실을 고려할 때 36개월은 신청자가 급증하지 않으면서 대체복무자도 외면하지 않은 균형점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복무 기간을 교정시설로 선정한 것에 대해서는 "서울구치소 등을 현장 방문했을 때 취사나 물품 보급 업무를 맡길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면서 "이들 업무는 쉬지도 못하고 일해야 하는 강한 육체적 노동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에 인권 및 시민단체나 인권 전문가들은 복무 기간을 교정시설로 한정하고, 현역병 복무 기간의 1.5배 이상을 하도록 하는 것은 '징벌적 성격'이 강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1차 공청회 때 주제발표자인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국제기준을 고려할 때 1.5배 이상의 대체복무 기간은 인권침해이며 1.5배 이상으로 제도를 도입하면 또다시 위헌판단을 받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군인권센터·전쟁없는세상·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지난 11월 1일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체복무 기간이 36개월로 확정되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긴 대체복무 기간을 운용하게 된다"며 "유엔 등 국제기구와 한국 국가인권위원회는 '1.5배 이상의 대체복무 기간은 인권침해'라며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주장은 지난 13일 2차 공청회 때도 되풀이됐다.
당시 법률사무소 '집'의 원영섭 변호사는 "어떤 대체복무라도 할 준비가 돼 있다던 그들이('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이제는 논의되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수준도 징벌적이라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의 집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부정적인 여론을 고려해 복무 기간을 1년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법률안에 명문화했다.
정부가 입법한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안'은 복무기간(제19조)과 관련해 "현역병의 복무기간 단축 또는 연장으로 복무기간의 조정이 필요하거나, 복무조건이나 작업 환경 등의 사유로 조정이 필요한 경우 1년의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오는 2020년 1월부터 대체복무가 시행된 이후 36개월 교정시설 복무가 가혹하다는 여론이 비등할 경우 12개월 범위 안에서 복무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정부가 복무 기간 단축안을 검토하게 될 경우 또 한차례 찬반 논란이 예상된다.
국방부 등이 파악한 바로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11개국 중 8개국은 복무 기간이 현역병의 1.5배 이하로 나타났다. 다만, 그리스(1.7배)와 프랑스(2배), 핀란드(2.1배) 등 3개국은 1.7배 이상으로 파악됐다.
여기에다 인권 단체 등은 복무 장소도 교정시설로만 국한하지 말고 사회복지·치안·환경 분야 등으로 다양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찰·소방 등 사회 치안 분야에서 일하거나 병원·양로원·요양시설·교정시설·교육 봉사·화재 감시·공공건물 관리 등에 배치하는 외국과 유사하게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복무제 시행 국가 중 그리스는 15개월(현역병 9~12개월)간 우체국이나 법원 등 행정기관에서 주로 근무하며, 현역병의 2.1배인 핀란드는 출퇴근 방식으로 사회복지·소방 등 치안 분야, 삼림 등 자연 보호 분야 등에서 복무한다.
현역병과 동일하게 10개월인 이탈리아는 문화유산을 보호하거나 재난 발생 때 긴급대처가 필요한 분야 등에서 근무한다. 복무기간 4~6개월(현역병 4개월)인 대만은 소방분야에 주로 배치하고 있다.
이밖에 양심적 병역거부자 중 대체복무를 허용받는데 중요한 판단 기준인 '양심'을 심사하는 기구의 소속을 놓고서도 논란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국방부 장관 소속의 '대체역 심사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위원장 포함 29명으로 구성되는 이 위원회의 위원은 대학 및 공인 연구기관의 부교수 이상(정치·사회·심리·종교학·철학·법학), 판·검사, 10년 이상 경력의 변호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비영리민간단체 추천자 등이 맡게 된다.
위원은 국방부 장관이 임명 또는 위촉한다. 심사에 탈락한 대체복무 대상자는 30일 이내에 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병역거부자 대부분이 '종교적 신념'이 이유인 데 독실한 신자인지를 가려내기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종교인을 심사위의 일원으로 명문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인권 및 시민 단체들은 국방부 산하에 위원회를 두면 "또 다른 징벌이 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이들 단체는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 심사기구를 국무총리실 산하나 행정안전부 등에 독립적으로 둘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위원회 소속에 대해) 정부 내부의 검토가 있었다. (대체복무에 관해서는) 국방부의 업무 영역이라는 판단이 있었다"며 "국방부나 병무청이 심사와 운영에 관여되지 않도록 하면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병역법 개정안' 입법을 통해 병역의 한 종류로 '대체역'을 신설했다.
현 병역법은 병역의 종류로 현역, 예비역, 보충역,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 등 5가지를 뒀는데 이번에 '대체역' 신설로 6가지로 늘게 됐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병역법(제5조)에 병역의 종류를 4가지로 정한 것에 대해 '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국방부 관계는 "양심적 또는 종교적 병역거부라는 용어는 행정적으로 더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체복무 정부안 '36개월 교도소 합숙' 확정…입법예고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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