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철군 사태 겪으며 매케인 빈자리 절감…롬니·그레이엄 등 거론
행정부내 '어른들의 축' 전면퇴장 속 의회내 견제·균형 역할론 제기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공화당이 외교·안보 분야의 '포스트 매케인'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엄청난 후폭풍을 물고 온 시리아 철군 사태를 겪으면서 국가안보 분야의 권위자로서 생전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침없는 '쓴소리'를 날렸던 고(故)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전 상원 군사위원장의 빈 자리를 새삼 절감하면서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 행정부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제어판' 구실을 해온 인사들이 줄줄이 퇴장, 외교·안보 정책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입법부인 의회에서라도 견제와 균형 역할을 강화,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27일(현지시간) "갑작스러운 시리아 철군 및 아프가니스탄 병력 대규모 감축 발표를 거치면서 공화당은 매케인 전 군사위원장의 공백을 누가 채울지를 고민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 사이에서 시리아 철군 조치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나타나긴 했지만, 중량감과 존재감 면에서 '베트남전 전쟁영웅' 출신 매케인의 생전 목소리에 필적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타계한 매케인 전 군사위원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제임스 인호프(오클라호마) 상원 군사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파'로 알려져 있으며, 정계 은퇴를 선언한 밥 코커(테네시) 상원 외교위원장 후임인 짐 리쉬(아이다호) 외교위원장 내정자도 '반(反)트럼프' 성향의 코커 위원장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을 따르는 편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공화당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균형추' 역할을 자임하며 매케인 전 군사위원장의 빈 자리를 대신할 인물로는 당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과 11·6 중간선거로 상원에 입성하게 된 밋 롬니(유타)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유력하게 꼽힌다고 더 힐은 전했다.
연말에 의회를 떠나는 코커 외교위원장도 롬니 전 주지사가 자신 대신 외교 이슈에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2012년 공화당 대선주자였던 '돌아온 거물' 롬니 전 주지사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의 '저격수'로 활약한 바 있다. "트럼프는 사기꾼"이라고 비난하며 '트럼프 때리기' 선봉에 선 데 이어 트럼프 집권 후에도 샬러츠빌 인종주의 발언 등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매케인의 '절친'으로 꼽혔던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친(親) 트럼프계이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과 관련, 사우디 왕실에 '정치적 면죄부'를 준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며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배후설을 강하게 제기한 데 이어 시리아 철군 문제에서도 의회 내 반대 움직임을 주도하는 등 최근 외교안보 현안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특히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을 원점으로 되돌리기 위해 철군 결정 철회 결의안 추진 방침을 밝히며 여야의 초당적 동참을 요청하기도 했다.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토드 영(인디애나), 댄 설리번(알래스카) 상원의원들도 국가안보 이슈에서 독자적 목소리를 내며 영향력을 점점 키우려는 당내 인사들로 꼽힌다.
이번 시리아 철군 파문을 겪으면서 공화당 내에서 외교정책 및 군사 안보 문제와 관련해 보다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팻 투미(공화·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은 지난 23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상원이 우리의 외교정책을 규정하는 데 있어 보다 적극적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며 "전반적인 외교정책에 있어, 그리고 특히 시리아 정책에서는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국가안보 및 군 어젠다에 있어 '높은 점수'를 받아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군의 조언을 무시하며 시리아 철군을 결정했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이러한 이점도 사라지게 된 상황이라고 더 힐은 전했다.
상원 군사위원회 간사인 민주당 잭 리드(로드 아일랜드) 상원의원은 "공화당이 매케인의 빈 자리를 채울 인사를 찾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문자 그대로 전설적인 누군가의 자리를 대신한다는 게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서서히 누군가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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